일본 북알프스 알펜루트에서 만난 아름다운 설국!
교토통신 | 2018-11-26 07:2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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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연 앞에서 인간은 감동하곤 한다. 보통 마주하는 것 자체가 도전인 자연이 그렇다. 그런데 너무나 편하게 자연의 위대함을 만날 수 있다면 어떨까. 멀리 스위스에 가지 않아도, 힘겹게 등반을 하지 않아도 만날 수 있는 일본 북알프스로 떠났다.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 일본 북알프스로 명명된 이 산악지대를 통과하는 길을 일컫는 정식 명칭이다. 일본의 두 개 현(도야마, 나가노)에 걸친 이 산악 통과 루트는 최근 국내에도 많이 알려져 한국인 등반객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모이고 있다. 눈이 너무 많이 내려 4월부터 11월까지만 통행이 가능한 이 길을 개장 직후인 4월에 올라보았다.



[출발: 오마치 온천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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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노 현 시나노오마치 역에서 노선버스를 잡아타거나 버스를 타면 오마치 온천마을로 온다. 알펜루트는 나름 산행이므로 이곳에서 출발하는 사람에게는 출발 전 몸을 푸는 시간을, 이곳으로 도착하는 사람에게는 산행의 여독을 푸는 시간을 갖게 해주는 멋진 곳이다. 북알프스의 능선을 바라보며 즐기는 노천욕은 그야말로 인생경험이다. 나도 이곳 온천 료칸에서 1박을 하고 아참일찍 산으로 출발했다.



오마치 온천마을~오오기사와

소요 시간: 40분 / 요금: 1,010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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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출발은 나가노현의 온천마을 오마치. 전날 온천 료칸이나 호텔에서 숙박하면 버스를 탈 수 있는 정류장까지 데려다주신다. 알펜루트를 편도로만 이용하는 여행객들의 편의를 위해서 캐리어는 산맥의 반대편인 도야마 역이나 도야마 시의 호텔까지 보내는 수화물회송 서비스(바로가기)를 이용할 수도 있다. 알펜루트를 천천히 느끼고 싶어서 가장 빠른 차로 출발했더니 나 혼자 이동하게 되었다. 산 아랫마을에 활짝 핀 벚꽃이 배웅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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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치 온천마을에서 버스를 타면 산 중턱으로 올라 오오기사와 라는 곳까지 간다. 산으로 가는 구불구불한 도로 너머로 거대한 북알프스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오오기사와 부터는 지상 도로가 없고 긴 터널로 구로베 댐까지 이어지는데, 산에 길을 내지 않은 이유는 자연 보호를 위해서라고 한다. 



오오기사와~구로베 댐: 트롤리 버스 

소요 시간: 16분 / 요금: 1,540엔

구로베 댐까지 이동하는 트롤리 버스는 댐으로 통하는 터널을 타고 이동한다. 보통 버스와 다른 점은 전차처럼 더듬이가 달려있다는 것! 한마디로 석유나 가스가 아닌 전기로 달리기 때문에 배기가스가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6km가 넘는 터널을 통과하는 동안 나가노 현과 도야마 현의 경계 표시가 있는 것이 재미있었다. 터널 안은 어두워서 창 밖으로 볼 건 없었지만 다가올 구로베 댐의 장관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기대 섞인 말소리로 들뜬 분위기였다.



[자연의 웅장함과 인간의 노력: 구로베 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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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베 댐에 도착해서 댐 가장 위쪽의 전망대로 올랐다. 흐릴까 걱정했던 것을 비웃듯이 저 멀리 눈 덮인 연봉들까지 선명히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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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구로베 댐 방향 전망. 댐이 만든 호수와 댐의 아치형 구조의 대비가 신비롭기까지 하다. 구로베 댐은 해발 1,500m에 건설된 일본 최고 높이의 댐이다. 2차대전 후 전기 생산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시행된 7년간의 대규모 공사로 완성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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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것이 대충 봐도 낙차가 엄청나 보인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사람들이 장난감 같다. 댐 위 도로를 따라서 건너가면 다음 목적지인 구로베 다이라로 향하는 케이블카를 탈 수 있다.



구로베호수~구로베다이라: 케이블카

소요 시간: 5분 / 요금: 4,320엔(다테야마 로프웨이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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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여행을 다니면 헷갈리는 것 중 하나가 '케이블카'가 우리가 생각하는 케이블카가 아니라는 것이다. 일본의 케이블카는 '경사로를 따라 건설된 선로를 케이블을 동력으로 하려 움직이는 전차'를 의미한다. 그래서 구로베 케이블카도 이렇게 땅에 붙어서 이동한다. 심지어 지하로 이동한다. 이유는 물어볼 것도 없이, 자연 보호를 위해서!



[구로베의 정상: 구로베다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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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로 이동하는 게 지루해질 때쯤 구로베다이라 역에 도착한다. 다이칸보로 이동하는 로트웨이와의 환승역인 구로베다이라 역 옥상에는 구로베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다. 당연히 놓칠 수 없어서 재빠르게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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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로 기념사진을 찍게 되는 뷰. 여기까지만 올라와도 사방이 눈 천지다. 편하게 올라왔지만 벌써 표지석은 해발 1,828m임을 알려주고 있다. 눈이 녹는 여름 시즌에는 고산식물로 구성된 정원이 있다고 하는데 아마 눈 아래에 파묻힌 채 여름을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이제 로프웨이를 타고 더 올라간다. 이쯤 되면 이 루트를 만든 사람들이 존경스럽다. 다음 목적지인 다이칸보는 2,316m. 남한의 모든 산보다 높이 올라간다.



구로베다이라 ~ 다이칸보: 다테야마 로프웨이

소요 시간: 7분 / 요금: 4,320엔(구로베 케이블카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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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프웨이는 약 7분 동안 올라가는데 북알프스의 설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지길 기대했지만 사실 사람들이 다 창가에 몰려서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들 사이로 보이는 바깥 풍경조차 절경이었다. 다이칸보 역 옥상에도 전망대가 있는데 여기서는 더욱 트인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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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아래로 지나온 구로베 댐과 그로 인해 생긴 구로베 호수가 보인다. 높은 산을 오를 때 지나온 길을 내려다보는 순간은 감상에 빠지게 되는 시간인데, 편하게 올라왔어도 똑같다. 아, 저 길을 올라왔구나... 잠깐 센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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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옆의 산에는 나무들의 키가 작길래 자세히 봤더니 그냥 눈에 파묻힌 것이었다. 얼마나 눈이 내리는 짐작도 가지 않는다.



[설국(雪國): 무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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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칸보에서 또 트롤리버스를 타고 터널을 통해 10분 정도 이동하면 정말로 설국에 도착한다. 때는 4월 중순이었는데 눈앞에 보이는 건 온통 하얀 설산과 새파란 하늘뿐이었다. 선글라스가 없었다면 진작 눈이 멀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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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무로도는 설벽으로 유명하지만 나는 관광객이 가득한 설벽보다는 탁 트인 설원에 더 마음이 끌렸다. 멀리 점처럼 보이는 트래커들이나 곡선을 그리면서 미끄러지는 스키어들이 각자의 레저를 즐기는 언덕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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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 보니 무로도 산장이 있는 곳에 도착했는데 지붕뿐이었다. 자연의 놀라움이란... 내 발밑으로 10m가 눈뿐이라는 생각이 들자 잠깐 오싹해졌다. 그런데 굴착기도 잘 다닌다. 또다시 자연의 놀라움!



[눈 덮힌 푸른 호수: 미쿠리가이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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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 자리에는 파란색 호수가 무로도의 산들을 반사하고 있어야 하는데 눈이 잔뜩 쌓여서 전혀 알아볼 수가 없었다. 5월만 지나도 호수 위의 눈이 녹는다고 하니 다시 와서 꼭 보고 싶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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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미쿠리가이케 앞에는 온천호텔이 있다. 해발 2,500m에 온천이라니! 실제로 유황온천이 있어서 종종 가스경보가 울리면 일부 등산로가 통제되는 일이 있다고 한다. 이 온천호텔은 따뜻한 카페와 식당도 겸하고 있어 트래킹과 추위에 지친 여행자들에게 아늑한 쉼터가 되어주고 있다.



[무로도 설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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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도를 내려가기 전 반드시 들려야 할 곳이 있으니 바로 설벽이다. 도로를 따라 꾸준히 제설하여 알펜루트의 개장 시기까지 길을 뚫는 이곳은 4월 알펜루트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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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설량과 제설량을 날짜별로 표시해서 매듭을 달아놓았다. 개장 초기인 이즈음 설벽의 높이는 10m에 달하는데 이 설벽을 양쪽에 두고 고원버스와 사람들이 왕래한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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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도~미다가하라~비조다이라: 다테야마 고원버스

소요 시간: 50분 / 요금: 810엔

무로도에서 시간을 많이 썼으니 차가 끊기기 전에 고원버스를 타고 내려간다.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에서는 다양한 교통수단을 타고 이동하기 때문에 원활한 이동을 위해서라도 시각 체크는 필수다. 각 역에도 시간표가 있지만, 공식 홈페이지(바로가기)에서 한국어로 시각을 안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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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원 버스를 늦지 않게 잡아타고 내려가는 길. 겨울에는 고원습지인 미다가하라에 내려도 눈밭뿐이므로 바로 아래쪽 역인 비조다이라로 향한다. 아까 걸어서 내려갔었던 설벽 사이를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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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사르에 등록된 고원 습지 미다가하라 부근, 어느새 눈을 비집고 침엽수들이 삐죽 솟았다. 뒤로 보이는 설산은 여전히 우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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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면서 기사 아저씨께서 창밖 정경에 관해 설명을 해주신다. 보이는 폭포는 일본에서 최고 낙차를 자랑하는 소묘 폭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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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조다이라에 부근에는 지역의 어원이 된 비조(미녀) 삼나무가 있는데 바로 사진 속 나무다. 그런데 아까 폭포와 마찬가지로 잘 안 보인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꿀팁은 폭포와 삼나무숲을 보고 싶다면 내려가는 버스 기준 오른쪽 좌석, 올라가는 버스 기준 왼쪽 좌석에 앉는 것이다. 버스는 산을 완만하게 타고 내려와 50분을 구불구불하게 달린다.



비조다이라~다테야마 역: 다테야마 케이블카

소요 시간: 7분 / 요금: 1,810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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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조다이라 역으로 내려오면 불과 한 시간도 안 되는 사이에 설국과 작별하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주변에 눈은 온데간데없고 입고간 코트도 갑자기 덥게 느껴진다. 해발 977m에 있는 비조다이라 역에서 알펜루트의 마지막 교통수단인 다테야마 케이블카를 탄다. 앞선 구로베 케이블카와 달리 터널이 아닌 밖을 달리는 케이블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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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연한 지상 역인 다테야마 역까지 내려오면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의 여정이 막바지에 이른다. 아침 일찍 출발했는데 산맥을 넘고 나니 그림자가 긴 저녁이 되었다.



다테야마 역~도야마: 도야마 지방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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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펜루트의 교통수단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패스권은 '다테야마 역'까지 이지만 여정의 종착지는 보통 도야마 역이다. 도야마까지는 덴테츠 도야마 철도가 운행하고 있는데 한적한 소도시 도야마의 근교 풍경과 지나온 일본 북알프스를 동시에 조망하면서 이동할 수 있다. 사진은 도야마 레트로한 감성의 도야마 지방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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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알프스의 산골짜기에서 내려온 눈 녹은 물이 기찻길과 나란히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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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야마로 향하는 3칸짜리 기차 안에서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하루 사이에 산맥 사이를 지나는 로프웨이를 타고, 해발 2,500m 위의 설원에 올랐다가 10m 높이의 설벽 사이를 통과해서 내려오기까지의 여정을 되짚어 보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여행의 마무리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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