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최애 여행지, 헤호에서 보낸 하루
지톨 | 2019-05-29 04:31:31


미얀마 최애 여행지,
헤호에서 보낸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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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버스터미널 보다도 작았던 헤호 공항.

미얀마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곳은 단연 "헤호(Heho)"다.
세상은 점차 발전하고 모두들 빠르고 편안한 것을 찾는 시대이지만 헤호만큼은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건물도, 마을도, 생활방식도 모두 오래전 그대로의 모습인 곳이었다. 호수에서 태어나 호수에서 생을 마감하는 미얀마 소수민족들과 그들의 터전인 인레 호수를 따라 떠난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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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호로 가기 위해서는 국내선을 타고 가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 육로 이동도 가능하지만 미얀마는 산이 많고 꼬불꼬불한 비포장도로가 많기 때문에 웬만한 강철 체력을 가졌더라도 멀미 등으로 인해 도착 전부터 체력적 한계를 느끼게 될 수 있다. 공항에 도착해서도 다시 인레 호수까지 가려면 흙이 휘날리는 시골길을 꽤 달려야 한다. 이렇게 험한 여정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만날 수 있기에 그 끝은 더욱 값지고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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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호에 위치한 방갈로 형태의 숙소, 후핀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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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호에 오는 여행객들은 대부분 북쪽의 낭쉐(Nyaungshwe) 마을에 머무른다. 호텔이나 식당 등 편의시설이 밀집되어 있기 때문인데 이왕 헤호까지 왔다면 이곳의 분위기를 잘 느낄 수 있고 인레 호수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수상가옥 혹은 방갈로 형태의 숙소에서 머물러보길 바란다.

숨 막힐 듯 평온한 풍경과 쏟아질 듯 빼곡히 박혀있는 밤하늘의 별들, 한없이 잔잔한 호수를 바라보고 있으면 찾아 오기도 힘든 이곳이 왜 그렇게  수많은 여행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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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호 여행의 시작과 끝은 모두 인레 호수에서 일어난다. 호수 주변에는 여러 소수민족들이 수상가옥을 짓고 살아간다. 이들은 호수에서 태어나 호수에서 생을 마감한다.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고 수경재배를 통해 토마토와 고추 등의 채소를 재배해 생계를 이어간다.

인레 호수는 미얀마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이다. 길이 22km, 폭 11km로 이곳이 삶의 터전인 인타족을 만나기 위해 선착장에서 보트를 타고 떠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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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 소리가 다소 둔탁한 오래된 보트를 타고 인레 호수 깊숙한 곳까지 이동하며 인타 족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그들은 호수 위에서 낚시를 하거나 작물을 관리 하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일상적인 풍경이겠지만 여행자인 나로써는 이 모든 것이 한 폭의 풍경화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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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의 손길이 타지 않은 현지인들과 그들을 관찰하며 지나다니는 관광객들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가끔 눈길이 마주치면 반갑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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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수경재배로 직접 키운 토마토와 고추 등 신선한 재료로 만든 샨 지방의 음식을 맛보기 위해 근처 수상 레스토랑을 찾았다. 아기 주먹만 한 토마토는 속이 꽉 차고 달콤했으며 고추는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이 먹기에도 머리가 띵해질 만큼 알싸했다. 향신료가 적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 만든 미얀마 요리에서는 익숙한 감칠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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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익숙했던 현지 음식까지 맛본 후 다시 보트로 1시간여를 이동해 인데인(Indein)에 도착했다. 시간이 멈춘 듯한 이 마을은 당장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오래된 목조 다리와 냇가에서 빨래를 하고 있는 모습 등 과거로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들게 하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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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가 선착장에 정박하면 이 근방에서 놀던 청년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밧줄을 뭍에다 묶어주어 편안하게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특별한 보상을 바라는 눈빛은 없었다.  관광객이 우리 마을을 방문한 것에 대해 친절을 베푼 것뿐이었다. 

인데인의 청년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끝내고, 아무 일 없었던 듯 다시 뜨거운 날씨 속 더위를 식히기 위해 물놀이를 즐기러 떠났다. 때묻지 않은 그들의 모습을 보며 느낀 건 미얀마는 생각보다 훨씬 안전하고 착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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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데인 유적지는 선착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오랫동안 방치된 채 점점 파괴되고 있는 이곳은 최근 기부와 시주 등 사람들의 도움을 통해 조금씩 복원되고 있다. 세월의 흔적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만큼 낡고 오래된 모습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신비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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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데인 유적지의 입장료는 따로 없다. 하지만 카메라를 메고 들어가려는 찰나 한 상인이 다가와 이 종이를 주며 카메라 피(Fees)를 내야 한다고 했다. 현지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인데인 유적지를 둘러보는 것은 자유지만 이곳을 사진, 혹은 영상으로 담으려는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사용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어차피 400~500원 정도의 소액이었고 이 돈은 유적지르 ㄹ복구하는 데 쓰인다고 하니 기쁜 마음으로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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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사원을 둘러보려는 찰나 어디선가 갑자기 아이들이 하나 둘 다가오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관광객인 게 티가 나서인지 양손에 미얀마 전통 의상인 론지와 스카프 등을 한 아름 안고.

그들에겐 우리가 타깃이었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물건을 팔기 위해 딜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4달러였던 스카프 1장이 3달러, 2달러로 내려가더니 마침내는 2장에 3달러까지 내려갔다. 물건을 사줘서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 지에 대한 생각 및 결정은 자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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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퉁불퉁한 흙길 위에 세워진 사원에는 풀들이 무성히 자라있다. 이 모습들이 그나마 관리가 된 것이라고 하는데 그전엔 얼마나 더 황폐했던 걸까. 세월의 풍파를 정통으로 맞은 듯한 인데인 유적지는 외부에 공개된 지 이제 겨우 10년 남짓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이곳의 파고다들은 왠지 더 신비스러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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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기부로 조금씩 보완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인데인 유적지에서는 수시로 인부들을 만날 수 있다. 규모만 보면 정말 어마어마하게 큰 유적지이지만 따로 매표소도 없고 관리인도 없는 이곳에서 누가 지켜보는 것도 아님에도 묵묵히 제 할 일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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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적지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수록 위태로운 광경을 더 자주 마주하게 된다. 나무뿌리가 파고다를 삼켜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모습들이 여기저기에서 동시에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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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데인 유적지를 나와 마을 안에 위치한 대나무 숲길로 향하는 길, 뜨거운 태양 볕에 투박한 시골 길이 익어가지만 높고 곧은 나무들의 그늘이 있어서 견딜만 했다. 물가에는 더위를 쫓기 위한 청년들이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물소들도 냇가 근처를 어슬렁 거리며 목을 축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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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깊이 들어가니 마을 주민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신나게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아빠 옆에 꼭 붙어 잠시도 떨어지지 않던 아이는 아빠에게 생애 첫 낚시를 배우고 있었다. 인레 호수는 이곳 사람들의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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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데인 마을에 위치한 대나무 숲은 가벼운 트래킹을 하기에 알맞은 곳이었다. 푸르고 곧은 대나무 숲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눈의 피로가 풀리는 듯했고 바람에  스치는 이파리들의 사각사각 소리는 모든 감각이 청각으로 집중되는 듯. 기분 좋은 ASMR을 라이브로 듣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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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숲 사이를 거닐며 잠시 더위를 피하고 오두막에 서서 오늘 하루 동안 있었던 시간들을 천천히 곱씹어 본다. 헤호는 참으로 아름답고 청량했으며 순박한 모습 가득한, 정말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마을이었다. 그렇게 헤호, 그리고 인레 호수는 미얀마에서 나의 최애(愛) 여행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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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특유의 감성이 가득한 헤호와 정겨운 모습이 공존하는 인레 호수를 꼭 방문해 보길 바란다. 물론 가는 길이 그리 녹록지는 않겠지만 마침내 도착하여 경험하는 것들은 평화로움와 안정감, 그리고 뿌듯함일 테니. 이 사소한 감정들이 당신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되어줄 것임을 확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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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여행을 주로 하지만 앞으로는 더 넓은 세계로 떠나고 싶은 30대 여행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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