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도시가 색다른 매력으로 가득한 터키여행
서키씨 | 2019-07-15 00:25:23

군가가 나에게 인생 여행지를 묻는다면 난 단연코 '터키'라 답할 것이다. 각 도시의 매력이 너무나도 뚜렷해서 한 국가를 여행하면서 마치 유럽 일주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터키에서의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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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움과 비밀스러움 그 사이
파묵칼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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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랄드빛 바다를 보고 고민 없이 옷을 벗어던지고 물에 빠져들길 반복했던 그리스 여행을 마치고, 오빠와 나는 아쉬운 발걸음과 함께 터키로 향했다. 자유로움과 여유가 가득했던 그리스에서와 달리 의사소통의 장벽이 크고 화장실마저 돈 주고 가야 하는 터키의 첫인상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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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마음도 잠시, 우리가 묵었던 첫 도시인 보드룸에서 왕복 11시간 떨어진 곳에 위치한 파묵칼레에 도착하는 순간, 그리스에게는 미안할 만큼 터키의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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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자연 그리고 그 위에 맞닿은 두발. 물론 화려한 불빛 아래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도시도 좋아하는 나지만 웅장한 자연을 마주할 때 느껴지는 묵직한 감동은 그 어떤 것도 대체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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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게 펼쳐진 석회층을 감상하면서 온천에 발을 담그고 석회암의 촉감을 감상하다보니 3시간이란 시간이 금방 지나가 있었다. 해가 밝을 때의 파묵칼레와 석양이 질 때의 파묵칼레의 매력은 또 달랐다. 눈부신 태양 아래 맨발로 파묵칼레를 느끼는 것도 아름답지만 석양이 질 때 정상에 올라가 파묵칼레를 내려다보는 것 또한 굉장히 멋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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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향수를 불러일으킨
페티예

처음으로 광활한 자연의 감동을 마주했던 스위스 인터라켄은 꼭 다시 방문하기를 다짐한 도시였다. 그리고 페티예에 도착했을 때 왠지 인터라켄에 대한 향수가 느껴졌다. 

스위스에서의 추억을 떠올리며 우리는 대형몰에서 먹을 것들을 잔뜩 사와 저렴하면서도 사치스러운 식사를 즐겼다. 관광객으로 북적이지 않으면서 여행지로서의 매력은 넘쳐나는 한적한 동네 페티예의 매력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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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첫 패러글라이딩을 즐겼던 인터라켄과 같이 페티예에서도 열기구, 래프팅, 패러글라이딩, 스쿠버다이빙 등 다양한 액티비티들을 즐길 수 있었다. 그것도 엄청나게 저렴한 값에. 그중 우리는 페티예에 여행 가면 무조건 필수 코스라는 보트 투어를 택했다. 아침 일찍 욜루데니즈 해변에 도착하면 개성 가득한 보트들이 줄지어 세워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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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드는 보트를 택해 탑승하면 되며, 이때 흥정은 필수이다! 대부분의 보트 투어 일정은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섬 6곳을 투어한다. 배를 정박하는 동안 사람들 모두 물에 뛰어내려 바다수영을 즐긴다. BBQ 파티에 거품 파티까지 즐길 수 있는데 싸이의 강남스타일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외국인을 구경하는 재미도 굉장히 쏠쏠하다.



바다보다 계곡을 좋아하는 나를 매료시킨 곳
사클리켄트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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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티예에서 사클리켄트에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길가에 서성거리다 소중한 인연을 마주했다. 하늘색 티셔츠를 입은 아저씨는 오빠와 나에게 어디로 갈지 물어보시더니 자신을 따라오라며 무작정 앞장서 가셨다. 얼마 안가 주유소 하나가 보였고 우리를 주유소 벤치에 앉히고 아저씨는 그늘 하나 없는 땡볕의 버스 정류소로 향하셨다. 지나가는 모든 미니버스들을 확인하면서 간간히 우리들에게 걱정 말라는 신호를 보내주었다.

죄송한 마음에 우리가 직접 기다리겠다 했지만 시원한 곳에 쉬고 있으라며 우리를 다시 주유소로 돌려보냈다. 주유소 직원들은 자신이 앉아있던 자리를 비켜가며 앉을 자리를 마련해주셨고 터키 전통차도 대접해주셨다. 덕분에 우리는 일정에 없던 터키 주유소 아저씨들과의 티타임을 즐길 수 있었다.

하늘색 티셔츠 아저씨께서 한국은 터키의 형제 국가라며 모든 한국인 여행객들을 만나면 이렇게 도와준다고 말씀하셨다. 40분 정도를 기다린 후에야 미니버스가 도착했고 버스가 떠날 때까지 아저씨는 우리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셨다. 

그 후 한국을 찾은 외국인 여행자를 마주할 때 아저씨가 보여준 호의처럼 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자책하면서 그날의 아저씨를 떠올린다. 그리고 언제나 아저씨 생각 뒤로 날 둘러싸던 웅장한 계곡이 함께 떠오른다.



연애하고 싶어지는 사랑스러운 도시
안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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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이 동화 속 미로 같으며 골목골목 핀 꽃들이 나의 연애 세포를 자극했다. 문득 여기서는 아무 생각 없이 내 발길이 이끄는 데로 걷다가 길을 잃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 중 처음으로 구글 지도를 꺼둔 채 마음이 끌리는 곳으로 무작정 걸었다.

그리고는 가장 마음에 드는 식당에 들어가 먹고 싶은 음식을 잔뜩 시켰다. 물론 이 들뜨는 기분에 맥주가 빠질 리 없었다. 내가 먹고 싶은 스테이크와 파스타를 잔뜩 시켜도 2만 원이 넘지 않는 가격에 놀라고 맛에 두 번 놀랐다. 여기서 맛본 파스타는 정말이지 아직까지 내 인생 파스타이다.

햇볕이 내리쬐는 창가 테이블에 앉은 외국인들과 달리 나는 어김없이 그늘진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지만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기분에 이곳 저곳 둘러보는 설렘 가득한 나의 눈빛은 그 누구보다 빛났을 것이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 하루라도 마음 편하게, 내 멋대로 살아본 적이 있었던가? 안탈리아에서의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 어떠한 계획 없이, 오롯이 그 순간의 내 감정에만 집중하며 행동했다. 내 삶의 주인공이 나이듯 여행의 순간만큼은 오직 나에게만 집중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잠꾸러기를 새벽 4시에 깨운 동화 같은 곳
카파도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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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여행 막바지, 화장하는 것이 귀찮아지고 숙소 에어컨 밑에 가만히 누워 낮잠을 자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며 이것도 여행의 일부분이라며 합리화하기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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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마주한 카파도키아는 도시 전체가 주는 울림이 있었다. 새벽 4시에 기상해 멍하니 열기구를 바라보고 있을 때의 몽롱함이 그저 잠결이었는지 아니면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꿈속 같아서 였는지 헷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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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파도키아의 신비로운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여행 초반에는 보이지 않던 그리고 들리지 않던 것들이 나를 새로이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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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공간에서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들을 따라가 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혼자 생각해보며 즐거워했다. 나의 여행 동반자, 22년의 세월을 함께 해오며 오빠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있다고 자신했지만 왠지 이 곳에서 들려주는 오빠의 이야기들은 낯설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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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 지나가는 인연들, 함께 사진을 찍자는 사람들과 주고받는 따스한 미소. 어디서 왔는지 정도 밖에 모르지만 언제부턴가 자신의 갈 길을 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다. 어쩌면 평생 다시 못 볼 인연이지만 그들의 폰에 내 사진이 남아있듯 나는 그들을 눈에 담고 싶기에.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그 순간이 씁쓸하면서도 묘하게 따스하게 느껴졌다.



자연을 바라보며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아마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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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만 한채 가볍게 츄리닝을 걸치고 오빠와 강변을 걷고 있었다. 아주머니 두 분이 우리에게 다가와 어디서 왔냐고 말을 걸어왔다. 한국에서 왔다니 딸들이 한국인을 너무 좋아한다며 같이 사진 한 번만 찍어달라고 부탁하셨다.

아주머니들을 따라간 곳에는 대가족이 있었고 우리를 본 초등학생 소녀들은 첫사랑을 마주하듯 쑥스러워하며 한참을 우리와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BTS, 블랙핑크 팬이라는 소녀들은 우리와 어떻게든 말 한마디 더 해보려고 생각나는 모든 한국어를 구사하려는 노력을 보였고 그 뒤에 어른들은 휴대폰과 DSLR을 꺼내들어 우리의 모습을 촬영했다. 한참 대화를 하다 포옹을 하고 헤어지려는데 나에게 꼭 붙어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아이들이 너무나도 귀여웠다.

2시간쯤 흘러 다시 소녀들을 마주하였을 때 아이들은 오빠와 나를 위해 ‘아마시아’가 적힌 기념품을 선물해주었다. 1박 2일 짧은 일정의 아마시아 여행이었지만 귀여운 소녀들 덕에 아마시아는 우리의 기억 속에 강렬하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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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내 카톡에는 그 소녀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해있다.

“I want to major in architec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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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도시 속에 스며들어 자유로움을 풍기는 인물 여행 사진으로 사람들의 여행 감성을 자극시키고 싶은 에디터 '서키씨'입니다. 개성있는 사진과 숨김없고 솔직한 이야기로 매력있는 여행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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