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코르뷔지에의 동방여행 - 아쉬웠던 100년전 여행 이야기
소담 | 2010-10-14 08:10:16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쓴 여행 이야기를 쉽게 접하곤 합니다.

제가 그동안 읽었던 여행 에세이들 또한 그렇습니다.

 

그런데 오래전의 여행기는 어떠할까요?

개인적으로는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을 언젠가 읽어보고 싶습니다.

읽기에 쉽지 않겠지만, 괴테와 함께 떠나는 여행은 색다른 느낌을 줄 것이라 기대되어서 입니다.

 

그 전에, 알라딘을 통해 르 코르뷔지에의 여행기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합리주의 건축 사상의 대표주자이자, 현대건축의 아버지라 불리는 르 코르뷔지에.

그는 어떤 여행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거장의 젊은 시절을 엿보다


'동방'이라 하면 흔히 인도나 중국 등의 아시아 지역이 생각나지만, 여행한 지역은 그렇지 않습니다. 르 코르뷔지에가 살았던 프랑스에 비해 동쪽이어서 붙인 제목인 듯 합니다. 이 책에는, 르 코르뷔지에가 20대였던 1911년에 친구 오귀스트 클립스탱과 함께 보헤미아, 세르비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터키, 그리스 등을  여행하면서 적었던 글들이 실려있습니다. 

 

젊은 시절답게 그의 모습에는 호기심과 열정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서양의 사람들이 동양을 신비롭게 생각하듯, 르 코르뷔지에 또한 여행을 하며 그러한 기대를 품고 있었던 듯 합니다. 시골의 축제를 보며, 터키의 집시들을 만나며, 동방의 건축물들을 보며 그는 감탄 어린 탄성을 지릅니다.현대 건축의 아버지가 되기 전이었던 이 시기의 여행은, 르 코르뷔지에의 이후 건축 활동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그러나 고요한 성소에서 보낸 시간이 나에게 젊은이다운 용기와 정직한 건축가가 되고자 하는 정당한 욕망을 불러일으켰다. 성소의 궁륭 밑을 지나가는 방문객이여, 만일 당신이 건축가라면 돌로 된 그 건축물의 혹독한 비판 앞에서 느껴야 하는 두려움을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세심한 장인정신이 퇴색해가는 가련한 시대에 살고있다. 또한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고대 건축가들과 만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중략)… 그들의 노고가 남긴 흔적들은 내 마음을 염려로 가득 채우고, 오늘날 우리가 작업하는 건축물의 설계 원칙을 두려워하게 만들었다.    - p.214~215, 그리스 북부 지방에 위치한 아토스 산에서

 
 
 
 
 
20세기 초의 풍경을 상상하고 싶었으나  

모스크는 직사각형, 정사각형, 구 등 기초적인 기하학적 형태로 이루어진다. 평면적으로 보면 모스크는 축 하나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사각형의 집합이다. 또한 이슬람 땅의 모스크는 모두 믿음의 단일성을 상징하는 카바의 검은 돌을 향하고 있다.   - p.119

 

휘장이 다시 내려졌다. 동심원을 그리며 기도하는 사람들 위로 램프가 매달린 천장은 별이 박힌 밤하늘 같았다. 마치 수많은 반짝이가 달린 조용한 베일 같았다. 성소의 네 벽이 멀어져가는 느낌이었다. 둥근 천장에 매달린 줄 사이로 경건한 기도 소리가 높이 올라갔다. 돗자리 위 3미터 높이의 허구적 빛의 천장, 그리고 그 위에 둥글에 부푼 넓은 그늘은 내가 아는 가장 시적인 건축물이었다.   - p.121

 

저자는 여행한 순서대로 건축물을 세세하게 묘사하기도 하고, 때로는 시간을 뛰어넘어 비슷한 인상을 지닌 것들을 묶어서 서술합니다. 그러나 사진이나 그림 하나 없어서 저자의 생각과 느낌에 공감하기 힘든데다가, 그의 이야기는 충동적이고 지나치게 자기 주관적이라는 느낌도 듭니다. 옛날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저자가 감상하는 20세기 초의 풍경을 상상하고 싶었지만- 책을 덮을 때까지 끝내 그러기 힘들었습니다.



 

 

사실 이 책을 처음 받았을 때 술술 읽히는 책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담한 크기의 여행기이니 어려울 것이 없을 것이라고 속단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쉽게 읽히지 않았습니다. 뭔가 꼬이고 복잡하게 보이는 표현이 독자의 발목을 잡습니다. 그들의 구사하는 문장은 오늘날의 글과는 많이 다르기 때문이겠지요. -저자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20세기 초에 지식인들이 쓰던 문체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여행의 설레임과 흥미로움보다 지루한 느낌이 크게 작용하여 아쉬웠습니다.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 성향에 대해 자세히 알았다면 그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었을까요? 건축에 관심이 많은 분이나 해당 지역을 여행했던 분이라면 보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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