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나의 봄. 경주, 봄날의 별장
어보브블루 | 2013-04-18 10:04:16

 

이곳은 나의 봄

경주, 봄날의 별장 

 

 

한옥민박, 선도산방 

 

딱 일주일 늦었다.

남녘의 벚꽃은 뭐가 그리 급했는지 진즉에 피고 져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날의 경주가 좋았던 이유는 하룻밤 묵어가기 위해 선택한 한옥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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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 골목안에 숨어있는 한옥 '선도산방'

자그만치 백년이 넘었단다.

대나무를 엮어서 만든 멋스런 담벼락을 지나고

대문을 지나니 수수꽃다리 나무가 있고 연못 옆에는 박태기 나무가 자줏빛 꽃을 밀어 올리고 있었다.

고개를 돌리면 연한 분홍빛 동백꽃, 붉은빛깔의 남천 나무가 쭉쭉 뻗어있고

아가씨의 발그레한 볼같은 명자나무 꽃 주변엔 꿀 따는 벌들이 윙윙.

아. 이토록 화사한 봄의 정원을 만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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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자 형태의 한옥은 곱디곱게 늙은 비구니의 미소같은 기품이 느껴졌다.

살짝 끝이 올라간 처마선이며 서까래를 노출시킨 멋스러운 천장.

마당 가운데에는 나지막한 디딤돌들을 의자처럼 두어 '응접실'로 꾸며져 있고

곁가지가 멋스럽게 꺾인 소나무 옆에는 바람이 불 때마다 자기 몸을 흔들어 은은한 향기를 자아내던 수수꽃다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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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은 정갈하다.

동양화를 전공하신 주인 아주머니의 작품이 벽에 걸려있었는데

하룻밤동안 주말 티비 프로그램보다 이 작품에 눈길이 더 자주 갔다.

도톰한 두께의 매트와 꽃자수가 놓인 이불도 포근하고. 

방 안에는 화장실까지 딸려 있는데 샴푸와 린스 바디워시에다 드라이기까지 꼼꼼하게 준비 되어 있었다.

샤워기의 수압이 좀 낮은 편이라 머리를 감는데에 시간이 제법 걸리기는 했지만

편안한 집을 떠나와 한옥 민박을 선택한 것은 이러한 불편함까지 감수하기로 한거니까 이 정도야 괜찮다. 

 붙박이 책장에 붙어있는 스티커는 뭔가 해서 다가갔더니 백년된 한옥도 '와이파이존'임을 당당하게 알려주었다.

아유 깜찍해라. 패스워드는 life is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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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덧문이과 미닫이 창호지문까지 다 열어두면 바깥과 안이 자연스레 통하게 되는데 봄은 툇마루를 넘어 방안까지 드나든다.
 
한옥은 이게 참 좋다.
 
그래서 작은 방이어도 결코 작게 느껴지지 않는다.
 
자연을 품는 그릇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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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새소리에 잠을 깼다.
 
아침이라고 얼른 일어나서 이 햇살을 마주하라고 툇마루와 기와지붕을 오가며 어찌나 쫑알대던지.
 
햇살을 역광으로 받으며 홍채를 잃지 않은 꽃사진 찍으며
 
올라가는 길이 막힐까 일찍부터 채비를 하는데 주인 아주머니께서 차 한잔 하고 가라며 발길을 붙잡으신다.
 
마당의 응접실, 자그마한 돌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으니 아주머니께서 내오는 작은 다과상.
 
너무 초라하지요? 하고 쑥스러운듯 내려놓은 상에는 오렌지와 과자, 초콜릿이 있었다.
 
초라하다니요. 박태기나무 꽃과 수수꽃다리 나무 사이에서 갖는 티타임인데요.
 
메밀차를 찻잔에 따르고 있는데 본채로 들어가셨던 주인 아주머니께서 헐레벌떡 다시 나오셨다.
 
그리고는 "이건 제가 올 봄에 채집한 매화꽃인데요" 하시며 메밀차 수면위로 하얀 매화꽃 하나를 놓아주셨다.
 
경주 여행에서 다가온 가장 큰 감동은 '이 아침의 티타임'이었다.
 
꽃 띄운 차 한잔 마시니 입 안에서 매화 향기가 나는듯했다.
 
 
 
이 곳은 나의 봄. 봄날의 경주 별장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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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FORMATION
 
 
* 주소 : 경북 경주시 성건동 193-1
 
* 예약 문의 : 010-8252-3123 (민박 문의는 전화로만 받습니다)
 
* 선도산방 홈페이지 : http://www.sundosanb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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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 많은 여자가 듬직한 남자를 만나 여행하며 사는 삶, 유목민이 되고 싶은 한량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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