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해안도시, 산 세바스티안
Wish to fly | 2014-09-15 14:09:45

 

이베리아의 숨겨진 보석

산 세바스티안San Sebast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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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간의 스페인 여행. 이베리아의 중심 마드리드에서 시작되었던 여행은 남쪽 안달루시아의 세비야와 그라나다를 지나 북으로, 북으로 향하고 있었다. 나의 목적지는 산 세바스티안San Sebastian이라는 이름의 도시. 우리네 여행자들에게는 이름마저 생소한 작은 도시이지만, 유러피안들에게는 대서양 연안의 휴양 도시로 꽤 이름난 곳이라 한다. 휴양지에서 유유자적하는 여행법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산 세바스티안이 조금 궁금해지기도 했다. 바다가 있는 도시는, 바다를 마주한 여행지는 언제나 옳으니까.

그라나다를 출발해, 마드리드를 거쳐 산 세바스티안에 도착한 것은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새벽이었다. 안달루시아의 뜨거운 여름을 경험하고 온 터라, 새벽의 한기가 그토록 반가울 수가 없었다. 어렴풋이 들려오는 새벽 바다의 일렁거리는 소리도 이 여행자의 여행 기분을 한껏 돋워 주고 있었다.

 

 

대서양을 마주하는 곳, 몬테 우르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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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잠자고 일어나 대서양을 걷는 것으로 이 도시의 여행을 시작했다. 누가 뭐래도 이 도시의 존재 이유는 저 바다, 대서양일 테니까. 하늘은 가뜩 푸르고 볕이 좋은 날이었음에도 시원함이 인다. 커다랗게 U자를 그린 라 콘차La Concha 해안에 다다르자 이 좋은 태양을 만끽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보다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이 훨씬 많은, 남유럽 특유의 해변 풍경이 반가웠다. 또 다른 바다의 한 켠으로는 줄지어선 요트들이 자그마한 항구를 그득히 채우고 있었다. 스페인의 숨겨진 휴양지라는 타이틀에 걸맞 모습이었다. 저- 멀리, 하얀 돛에 팽팽히 바람을 받아 먼 바다로 나가는 요트 한 대가 눈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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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트들의 천국, 라 콘차 해안의 일상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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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국의 태양을 만끽하는 사람들. 휴양 도시 산 세바스티안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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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엔 온갖 조각품이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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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짙푸른 대양, 반짝이는 해변, 기품이 넘치는 구시가. 그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곳.

 

라 콘차 해안을 따라 걷다가 그 앞에 우뚝 솟은 언덕을 따라 올랐다. 몬테 우르굴Monte Urgull이라는 이름의 언덕. 대서양과 산 세바스티안의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이 언덕은 수백 년 동안 이 도시를 지켜준 천혜의 요새였다 한다. 대양 쪽으로 돌출되어 높이 솟아 있는 생김새는 옛 성채의 높디높은 망루를 떠오르게 했다. 처음에는 호기롭게 오르기 시작한 언덕. 허나 생각보다 가파르고 높은 언덕에, 이내 숨을 헐떡거린다. 오르기를 한참, 바다는 이미 한참 아래에 펼쳐져 있고, 조금 더 힘을 내 언덕의 가장 높은 곳에 오르면 결코 상상할 수 없었던 산 세바스티안의 보석 같은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야트막한 옛 건물들이 줄지어 선 구시가지와 한여름 햇살을 반영해 내는 라 콘차 해안. 저 멀리 대서양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닷바람과 함께 그 풍경을 만끽하고 있노라면 땀에 흠뻑 젖었던 티셔츠도 보송보송 말라 버린다.

 

 

산 세바스티안의 옛 시간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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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깔 조각 하나하나가 말을 걸어오기 시작한다. 백 년 공간의 깊이가 묻어난다.

 

언덕에서 내려와 라 콘차 해안 뒤로 펼쳐진 구시가를 걷다 보면 산 세바스티안 성당을 마주하게 된다. 동서남북으로 잘 정비된 옛 골목들 사이로 150년의 시간을 고스란히 간직한 첨탑을 마주하는 순간, 아- 하는 탄성이 절로 터져 나온다. 네오고딕 양식으로 된 이 성당의 길이는 90 미터, 첨탑의 높이는 75 미터에 달하니, 도시의 규모에 비하면 꽤 큰 성당인 셈. 누구에게나 개방된 성당 안으로 들어가 스테인드글라스를 관통해 비추는 아련한 빛의 조각들과 거대한 고딕의 공간들을 마주해 보자. 고딕 성당의 진짜 매력은 높은 첨탑보다도 그 안에 숨겨진 거대한 공간에 있으니까. 

 

 

밤이 더 아름다운 도시, 산 세바스티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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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세바스티안의 진짜 모습은 지금 이 시간부터.

 

밤이 되면 도시는 더욱 빛을 발한다. 밤의 흥겨움을 아는 남국 특유의 국민성과 휴양지의 왁자지껄함이 한데 어울려, 그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흥에 취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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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건축물들 사이에 비집고 들어선 초현대식 콘서트홀. 산 세바스티안의 해변을 비추는 '등대'와도 같다.

 

흥겨움과 흥청거림의 거리, 저 끝에 반짝이는 쿠르살 콩그레스 센터Kursaal Congress Centre가 눈에 들어온다. 스페인의 국민 건축가인 라파엘 모네오가 설계한 콘서트홀이자 전시장. 건축학도였던 나를 이 도시로 불러온 것도 팔 할은 이 건축물이었으니, 그 반짝이는 모습을 마주한 때의 설렘일랑 수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가 없으리라. 반투명의 외피는 밤이 되면 온갖 색으로 이 도시를 치장한다. 스페인의 ‘보석’ 같은 도시 산 세바스티안을 더욱더 빛나게 하는 ‘보석’ 같은 쿠르살. 어색한 듯, 익숙한 듯 산 세바스티안의 일부가 되어 도시를 비춘다.

 

 

INFORMATION

산 세바스티안 여행 : 주요 여행 도시인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등과는 거리가 있다. 가까이의 빌바오, 팜플로나 등의 도시와 함께 여행하면 좋다.
홈페이지 : http://www.sansebastianturismo.com/en/

 

이런 여행자에게 추천

건축을 공부하는 건축학도 여행자.
휴양과 여행을 모두 경험하고자 하는 여행자.
마드리드, 바르셀로나는 이미 섭렵한 스페인 여행자.

 

 

그 도시가 빛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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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짝이는 도시의 골목을 걸으며 나눈 짧은 대화. 그 작은 도시가 보석처럼 빛날 수 있는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호스텔의 직원과 잠깐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어디에 다녀왔냐고 묻는 그녀. 방금 전까지 쿠르살 앞에 있었다 했다. 그녀는 그 건축물이 이 도시의 아름다움에 상처를 내었다고 했다. 그것이 없었을 때의 산 세바스티안이 훨씬 더 아름다웠노라고. 쿠르살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그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이 도시가 가진 힘은 그런 것이리라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건축을 공부하지 않은 일반 시민들도, 그네들의 도시와 건축에 대한 스스로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그것은 자신들의 도시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부터 나오는 것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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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라는 것으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여행을 떠나고 그 여행의 경험으로 다시 건축을 하는 여행이 생활이고 생활이 여행인, 여행중독자입니다. http://blog.naver.com/ksn333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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