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궁궐 산책, 경복궁 함께 걷기
기다리던 봄이 왔다. 지난 겨울은 출산과 육아로 ‘안방모드’를 해야 했기에 누구보다 기다리던 봄이었다.
미세먼지가 걷힌 하늘이 유난히 맑고 푸르던 일요일. 갑갑한 서울을 벗어나고 싶은 것이 바람이라면 바람이었지만 그건 다음에 미뤄두기로 했다. 대신 100일이 갓 지난 아이를 안고 경복궁 봄나들이를 떠났다.
경복궁 무료 입장하는 법!
‘한복입고 여행하기’가 나의 트레블 버킷 리스트중 하나! 그래서 국내에서 먼저 실천해 보기로 했다. 작년, 한글날에 맞춰 한복을 입고 경복궁을 방문했으나 너무 늦게 도착한 탓에 입장조차 해보지 못하고 실패! 그래서 이번에는 일찍 서둘렀다.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와 경복궁 매표소로 향했다. 그런데 뜻하지 않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한복을 입은 입장객은 무료라는 것 아닌가?
알고보니 2013년 10월 19일부터 한복을 입고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4대궁과 종묘, 조선왕릉을 방문하며 관람료가 무료라고 한다. 경복궁 입장권에 씌여진 한복이라는 글씨를 보자 내 한복 치마가 더욱 펄럭이기 시작한다.
입구를 지나면 바로 나타나는 근정전.
근정전은 경복궁의 정전으로 왕이 신하들의 조회의식을 받거나 공식적인 대례 또는 사신을 맞이하던 곳이라고 한다. 근정전은 궁궐 내에서도 가장 규모가 크고 격식을 갖춘 건물로 면적도 가장 넓게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일까? 근엄하게 자리잡은 근정전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왕의 즉위나 외국 사신접대 등 큰 행사는 근정전을 중심으로 이뤄 졌는데, 이때 신하들은 마당에 놓여진 품계석에 따라 정해진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마당에는 돌을 얇고 네모나게 다듬은 박석이 깔려있는데, 표면을 약간 거칠게 마무리해 단조롭지 않고 빛이 반사되어도 눈이 부시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한 흔적이 엿보인다. 하지만, 유모차를 끈 관광객에겐 여간 힘든코스가 아닐 수 없다. 들쑥날쑥한 이 길을 따라 가다간 아이 머리가 덜덜덜 떨릴게 분명해 근정전은 멀리서만 둘러보고 대신 마당둘레의 행각을 따라 걷기로 했다.
근정전이 눈앞에서 사라지자 조금 한적해 보이는 왼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러자 이내 테라스가 있는 카페가 몇몇 나타났다. 그렇지 않아도 목이 마르던 찰나였는데, 잠시 쉬어가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커피대신 달달한 수정과와 초코머핀으로 에너지를 보충하고 있으니 홍콩 여행자가 다가와 사진을 찍자고 했다. 물론이지요! 흔쾌히 대답을 하고 함께 사진을 찍었더니 이내 다른 관광객이 와서 이 옷을 입으려면 어디서 빌려야 하느냐고 물었다.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이렇게 한복에 관심을 가져주니 내 어깨가 절로 들썩들썩 거렸다. 괜히 한복 매무새를 다듬으며 자랑스러움에 뿌듯할 수 있었던 시간.
카페를 나와 직진을 하면 경회루가 나타난다. 경회루는 연못안에 조성된 누각으로 외국사신의 접대나 연회장소이다. 경복궁 창건당시는 작은 누각이었던 것을 태종 12년에 연못을 크게 파 지금과 같은 규모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후 성종때 건물이 기울어져 다시 고쳐짓고 연산군 때는 연못 안 인공섬에 만세산을 조성해 그곳에 월궁을 꾸며 조화를 장식하였으나 임진왜란 때 모두 소실되어 고종 4년에 오늘날의 경회루가 증건되었다.
경회루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에 따라 느낌이 달라 사진가들 사이에서도 촬영 명소로 통한다. 내 마지막 기억은 꽁꽁 언 연못 위 경회루에 멈췄는데, 봄날 다시 이 곳을 마주하니 물 위에 띄워진 배를 타고 여유를 즐기고 싶단 생각이 절로 들었다.
경회루를 지나 왼쪽으로 다시 직진하면 수양벚꽃이 눈에 띈다. 이제 갓 피어나는 꽃들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옥매화, 철쭉, 병꽃나무, 꼬리조팝나무 등 봄이 왔다고 고개를 내미는 녀석들이 그저 신기하고 또 신기했다. 팝콘을 터트리듯 앞뒤 가리지 않고 꽃망울이 탐스럽게 피어난 모습. 마치 시집간 새색시의 붉은 볼처럼 꽃잎 색도 너무도 아름다웠다. 그제야 실감이 났다. 기다리던 봄이 오긴 왔다는 것을...
향원지와 향원정을 따라 길을 나섰다. 그 길에는 만개한 꽃도 있고, 싱그러운 잔디도 있다.
사랑하는 연인과 가족들이 얼굴을 마주하고 봄날을 만끽하는 모습을 보니, 내 마음에도 행복이 번진다.
향원정 입구에 들어서자 또 다시 관광객들이 붐비기 시작했다. 외국인 단체 관광객도 많았는데, 우리가 등장하자 파파라치들처럼 카메라를 우리에게 향한다. 우리네 한복의 아름다움이 그들에게도 전해진 것이다. 평소라면 내 사진이 그렇게 찍히는 것에 불편했을텐데, 한복을 입은 우리 부부는 마치 '한송이와 도민준'이라도 된 듯, 카메라 시선을 즐겼다.
보는 각도에 따라 그 느낌이 새롭다는 향원정. ‘향기가 멀리 퍼져나간다’는 뜻의 이곳은 ‘향기에 취한다’는 뜻의 취향교와 더불어 경복궁의 하이라이트다. 1873년 고종이 건청궁을 지을 때 그 앞에 연못을 만들었고, 가운데 섬을 두어 2층의 육모지붕을 얹은 정자를 세웠다. 주변에는 색색의 꽃을 심어 은은한 향기가 감도는 듯 했다. 누구나 매료되어 셔터를 누르고 마는 이 풍경을 보니, 참으로 봄이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 겨울 끝에 찾아온 봄날이 이곳에도 향기를 뽐내고 있었다.
INFORMATION
경복궁 야간 개장
오는 4월 30일부터 5월 12일까지 봄철 야간 특별 개방이 실시된다. 관람 시간은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다.
입장권은 인터넷으로 예매하거나 현장 구매를 통해 구할 수 있다.
경복궁 관람 팁
- 유모차 대여 가능 (입장 후 안내소 문의)
- 모유 수유 중인 관광객을 위한 수유실이 마련되어 있으며 안내 사무소에서 열쇠를 받아야 한다.
- 월, 수, 목, 금, 토요일 11시, 13시, 14시, 15시, 16시에는 무료 해설을 들을 수 있다.
- 매주 화요일은 휴궁일이다.
- 관람 요금 : 성인 3,000원 / 단체관람객2,400원 / 만 65세 이상, 만 24세 이하 무료
- 더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참고할 것 : http://www.royalpalace.go.kr/html/main/main.jsp
호주, 뉴질랜드, 인도, 싱가포르, 캄보디아 등 다양한 나라를 여행하였으며, 뷰파인더로 여행의 순간순간을 기록하는 것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여행 블로거.
글 더보기아름다운 화성의 BEST 출사지
수원 야경 명소, 노을빛 전망대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의 24시
제주의 걷기 좋은 길 BEST 5
경기도 화성에서의 먹거리 힐링 여행
서해에서의 하루 : 화성시 융건릉, 우리꽃식물원, 전곡항, 궁평항
수섬, 한국의 세렝게티라 불러다오
수원에서 보낸 특별한 하루
조선 정조의 꿈, 수원화성
도심 속 중국 전통 정원, 월화원
맑은 육수의 '중식냉면' 들어보셨나요?
제주 신창리 해안도로 따라 커피 한 잔
진짜 제주를 만나러 가는 길, 비양도 캠핑
국내 유일의 향토마 제주마가 뛰노는 곳, 제주 목마장
물안개 자욱한 제주의 폭포 속으로
경기도 안산, 감성과 자연의 유니스의 정원
오름에 오르지 않고 제주를 다 보았다 말하지 말라
용이 놀던 연못, 제주도 용연(龍淵)
가슴 설레는 설원, 평창에서의 1박 2일
오늘 나는 제주에서 영화속의 주인공이 된다
하얀 신비의 숲, 인제 자작나무숲
강릉, 나만의 바다를 찾아서
착한 여행 '하루' 화성 시티투어
경주 서악서원에서 하룻 밤
그녀가 들려주는 삶의 향기, 박경리 문학공원
전주, 슥삭 추억 비비고 후루룩 이야기 마시고
이곳은 나의 봄. 경주, 봄날의 별장
책 향기 가득한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
해 지는 풍경이 아름다운 곳, 서해 궁평항!
디자인북이 있는 나만의 작업실, 홍대 카페 정글!
가을, 경주의 숨은 명소 칠불암에 취하다
대중교통으로 안산 여행하기
내일러들의 성지, 전주한옥마을에 가다
경주 '팔우정 해장국 거리'에서
길상사, 법정스님의 체취를 느끼다.
과거의 시간 속에서 '사랑한다면 춤을 춰라'
삼청동을 거닐었습니다.
부산, 반짝반짝 겨울 야경축제!
자전거 타고 경주 한바퀴
서울 근교로 떠나는 가족여행_궁평항과 발안온천
제주 게스트하우스 고르는 방법
서해에서의 하루 : 제부도 펜션과 수섬
서울역 고가, 걸으면서 즐겨 봄!
제주도 서쪽 2박 3일 힐링 추천 코스
동심으로의 여행, 국화도 바다체험
도시 재래시장의 변신, 홍대 동진시장
바람 쐬고 싶은 날, 서해안 드라이브
서울, 도시의 낭만은 서촌에 살아있다
경기도 화성시로 떠난 먹방로드
너는 모른다, 전주의 소리 흐르는 밤을
귀여운 조카와 향긋한 허브 농장에서
옛 시간을 간직한 수원 벽화마을
전주 그리고 전주, 이색二色 매력에 빠지다
여행을 꿈꾸는 오늘, 홍대 카페로 가볼까?
서울 꽃 나들이, 응봉산 개나리 축제 현장 스케치
나를 유혹하는 봄섬의 향기, 선유도 벚꽃놀이
안양천 대보름 축제 현장 스케치
세상 만물 다 모인 황학동 벼룩시장으로
선조들의 생활문화 옅보기, 국립민속박물관
안산 대부도 가볼 만한 곳
환상적인 데이트, 안산 대부도 유리섬!
문화와 역사의 화성기행
오색찬란한 봄날의 제주, 용두암 가는 길
아홉 가지 매력이 가득한, 안산 BEST 출사지
전주 언저리 여행, 한옥마을 윗동네를 가다
대부도 와인을 알아? 그랑꼬또 와인 시음기
제주도의 동백, 꽃을 피우다
대부도의 무라노를 꿈꾸다, 유리섬
가을빛 노을을 따라 걷다, 대부도 해솔길
경기안산항공전, 화려한 에어쇼를 만나다!
[내일로기차여행] 맛집의천국 전주에서 행복한 하루 ②
살갑고 포근한 제주도의 어느 게스트하우스
익숙하면서도 낯선 서울의 장소들
제주, 청보리 출렁이는 바람소리 빵집
[내일로기차여행] 맛집의천국 전주에서 행복한 하루 ①
당신은 지금, 무엇에 빠져있습니까?
티마크그랜드호텔_여행편
안산 주말나들이, 시화호 달전망대
책 읽기 좋은 날, 홍대 북 카페로 가자
제주 도두항의 사랑스런 일몰
제주도 다희연, 동굴카페 그 이상의 힐링플레이스
티마크그랜드호텔_숙소편
포시즌스 호텔 서울을 탐험하다.
맛있게 제주 한바퀴! 제주 음식 골고루 먹어보기
반영과 조명이 아름다운 수원 광교호수공원
안산 사계절 썰매장에서 겨울을 신 나게!
안산 탄도바닷길에서 만난 겨울바다 모습의 진수
문화가 살아있는 안산, 경기도 미술관 그리고 단원 미술관
안산 시화호의 새해맞이 풍경
제주, 바다보다 더 아름다운 풍경이 있던 카페
반려견과 함께하는 안산 대부도 가볼만한 곳
안산 시티투어로 즐기는 바다 여행
수원에서의 합리적인 하룻밤 – 이비스앰배서더 수원 트윈룸
안산의 낮과 밤(다문화거리, 별빛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