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타운에서 낭만 벽화 찾기, 페낭 말레이시아
초이Choi | 2018-06-19 12:19:48

동양의 진주라면서요

   - 생각보다 큰 도시네요? 

  약간은 기대했던 그림이 있다. 칠 벗겨진 삐뚜름한 나무 문짝,  흙 구름을 몰고 뛰노는 아이들. 미얀마의 무슬림 버전이라면 꼭 맞겠다. 그런데 택시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흡사 부산이다. 기사님은 이곳이 쿠알라룸푸르 다음가는 부자 도시라며 손님들마다 놀란다고 한다. 맞아요, 우리는 동양의 진주, 인도양의 에머럴드라는 광고를 보고 왔거든요. 벽화 사진 한 장에 꽂혀 페낭에 왔고, 그렇다면 숙소는 조지 타운이다. 길가에 앉아 꼬마 애들과 과자 나눠먹는 재미가 있는 곳이면 좋으련만, 숙소에 비치된 가이드를 주욱 늘어놓고 삼색 볼펜 하나로 여행을 해본다. 사방 3km 정방형 마을 안에 벽화 열댓 개라, 걸어서 하나씩 클리어하는 맛이 있겠군. 북쪽 해안은 애써 찾아갈 만큼 예쁜 바다가 아닌 듯하고, 더운 나라 음식은 포기한지 오래이니 어쩌면 2박도 길겠다는 생각이 든다. 


빈곤과 낭만 사이

   을씨년스러운 거리에 인적이 드물다. 도시의 절반은 FOR RENT이고, 나머지 반은 공업소 혹은 그들을 먹이는 로컬 식당이다. 거무죽죽한 이끼로 덮인 건물은  낡은 아름다움과 거리가 있고, 구글 추천 식당에는 손님이 드물다. 돈이 도는 곳이 아니구나. 바둑판으로 정비된 아스팔트, 쉴 새 없이 지나는 차들과 매연, 무표정한 로컬 사람들과 더위에 찡그린 관광객들에 아차, 그리던 올드타운은 아니구나 싶다.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흘러가기에 벽화로구나 하고 따라가본다. 벽화 앞은 이미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줄이 길다. 눈치껏 껴들지 못하는 사람은 계속 순서가 밀리고 몇 번이고 사진을 찍는 사람은 원성을 듣는다. 아이고, 익숙한 피곤함이라니 마치 중국 같아. 소란을 피해 걷다 보니 빈티지 수상마을이라는 관광 스폿이다. 갑판 너머 앞서가던 서양인 커플이 몇 걸음 못가 되돌아 나온다. 나 역시 쫓아가다 남의 가정집을 관음 하는 마음이 편치 않아 돌아 나왔다. 다른 여행지에도 이런 곳들이 있지만 빈곤을 낭만으로 포장하려면 더 치밀해야 했다. 


도시는 죄가 없어요

   더 재미난 게 있나. 가이드를 뒤적이다 '바바노냐 투어'를 집어 들었다. 오호라, 이슬람 사원에서 봤음직한 꽃무늬 타일, 중국풍 도자기, 인도 향신료를 쓰는 음식까지 두루 매력적이다. 페낭 인구의 7할은 화교이고 이것은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에서 독특한 낯섦이 된다. 중국인 남자는 바바, 말레이 여자는 노냐, 그들이 만든 문화는 페라나칸, 열심히 줄을 그어가며 내일은 여기다 하고 벌러덩 누워 버렸다. 아끼면 똥 된다는 말을 인생의 잠언으로 삼고 살아왔으니 이때 당장 카메라를 들고 나와야 했는데,,,  아파서, 비가 와서, 멀어서 갖은 핑계를 대며 불편한 마음과 싸움을 한끝에 결국 페낭에서의 마지막 날이 되었고 비행기 시간을 앞두고 앉았다.  비행기 시간을 뒤로 늦추고라도 가보자 맘먹고는 엉덩이만 들썩인 끝에 결국 다음에 다시 오기로 하고 마음을 접었다. 후에 다시 오게 되면 꼭 바바노냐 뮤지엄부터 가보려고 합니다. 미안해요, 페낭.


포기하긴 일러요

  - 야, 티비에 페낭 나온다. 

  싼 물가와 산해진미, 야시장의 복작복작함에 보는 이들 모두가 감탄한다. 저렇게 재미난 곳이었나? 필름 두 롤을 뽑아보니 역시나 사람이 없다. 그때 다른 마음가짐이었다면, 아프지 않았더라면, 투어버스를 탔더라면 달랐을까. 서울에 온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올여름 가고 싶은 곳이 없는 것을 보면, 역시나 도시는 죄가 없다.  더 늦기 전에 가야 하는 곳, 예약과 취소를 반복하며 숙제처럼 남겨 놓은 곳, 혼자라서 좋은 곳과 다정한 사람들과 가고 싶은 곳을 적어 본다. 아직 에너지가 돌아오지 않았으되 감수성도 마르지 않았다. 다시 말레이시아 관광청을 찾아 브로셔를 다운받아 보니, 1층 카페에서 줄 쳐가며 읽었던 것들이 이제 와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수십 가지의 음식과 시즌별 페스티벌과 63빌딩보다 높다는 콤타타워도 국립공원도 어째서 가볼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다시 한번 미안해요, 페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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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글 밖으로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사진 찍을 차례를 기다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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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채소를 키워도 좋겠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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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가옥 Chew Jet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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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타운의 건물은 좁고 높고 길어요. 호텔의 앞문과 뒷문 사이가 A,B,C동으로 나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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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이드에 콕 찝어 넣기엔 너무나 가정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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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간 벽에 서서 사진을 찍어 주세요 했는데 와우,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무성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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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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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라이쇼라는 할배가 끄는 인력거에요. 티비에서는 재미나게 타더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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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샹차이, 노 팍치, 노 씰란뜨로, 노 코리엔더 아무것도 먹히지 않아 채소의 사진을 보여줬더니 아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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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쁜 가족이었는데 잘 찍어볼 걸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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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안쪽의 사장님이 힘차게 손을 흔드시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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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상 입구의 웰컴 토이 

 
 


 PHOTO INFO 
필름 : Kodak Ektar 100/36, Kodak Pro image 100/36
현상 : 필름로그
카메라 : Fuji Klasse W
폰 : Galaxy S8+

 TRAVEL INFO 
Angelfeet Body Massage & Foot Reflexology/ 조지타운 맛사지/  11:00~03:30/ 10~20불선
Reunion Heritage House reunionheritage.com/ 리모델링 빈티지호텔/ 1박 50불선/ 복층룸
MERRY ME Dessert Cafe/  merryme.co/ 11:00~23:00/  분위기는 경리단길 SNS유명 맛집/ 화려한 디저트 종류별로 다 있음/ 3~5불선
CF Food Cour/t 11:00~01:00/ 싸고 양 많은 로컬음식 푸드코트
Da Shu Xia Seafood House/ 해산물 로컬식당/ 게살 볶음밥+ 굴전 합 2불선
Kedai Biskut Ming Xiang Tai / 만쥬 패스츄리 타르트 등 박스 판매
페낭 관광정보 http://www.visitpenang.gov.my/portal3/
페라나칸 맨션 http://www.pinangperanakanmansion.com.my/index.htm
말레이시아 관광청 E-브로셔 모음 http://ebrochures.malaysia.travel/ (영어, 중국어) 음식투어, 바바노냐투어 등 종류별로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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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Choi
초이Choi

'여자 혼자 여행하기란 지독히도 외롭고 고단한 일이다. 삶이라고 다르겠는가.' 미스초이 혹은 초이상. 글 쓰고 라디오 듣고 커피 내리고 사진 찍어요. 두 냥이와 삽니다:-) 남미에서 아프리카까지 100개의 도시 이야기 '언니는 여행중', 혼자 사는 여자의 그림일기 '언니는 오늘' 운영중 http://susiediamond.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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