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평사 구절초 축제
가을, 그윽한 향기에 취하다
여행이 주는 치유 효과는 얼마나 되는 것일까요? 아이와 함께 하는 일상은 여느 삶보다 우여곡절이 참 많지요.
엄마라는 무거운 짐을 잠시 내려놓고 어디론가 혼자 떠나고만 싶고, 아이 역시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엄마가 야속하기만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어디에선가 위안을 받고 싶어집니다. 지금 ‘여기’와 ‘너’ 때문에 상처 받고 떠난 ‘거기’에서 ‘너’ 덕분에 위안 받고 다시 ‘여기’로 돌아와 힘을 얻곤 하지요.
바로 ‘여행이 주는 힘’입니다. 마음을 나누기에 더 없이 좋은 계절, 가을에는 그렇게 최선을 다해 마음을 나누고 위안과 격려를 했으면 합니다.
구절초를 보고 싶었어요
지친 마음에 구절초의 은은한 향이 주는 위안에 온 몸과 마음을 뉘이고 싶었죠. 이른 새벽 2시, 딸아이 손양을 깨웠습니다. “손양, 우리 나서 볼까?” 기특하게도 다른 때와는 다르게 손양이 일어나 눈곱을 떼더니 옷을 입고 따라 나섭니다. 그렇게, 짙은 안개가 내려앉은 길을 달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여명의 산사 ‘영평사’에 도착했습니다.
영평사는 충남 공주, 지금은 세종특별시가 된 곳에 위치한 아주 작은 절입니다. 공주 동쪽 자락에 자리 잡은 영평사는 마곡사, 갑사, 동학사 등의 고찰들과 함께 불자들이 자주 순례하는 수행도량이라고 합니다. 이 작은 사찰이 일반인에게 유명해 진 것은 ‘수행자도 노동을 해야 한다’는 정신을 실생활에 적용하여 토종 원자재만을 사용하여 전통음식을 직접 만들고 그것을 수행프로그램으로도 확산하여 ‘맛과 멋이 있는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과 바로 ‘구절초 축제’ 덕분입니다.
동이 트지 않은 새벽 산사에 손양과 도착해 보니 구절초 축제 준비에 한참인 경내는 들뜨지 않은 활기가 감돌고 있었습니다.
매 해 10월초, 영평사를 감싸고 있는 장군산의 일만 평 산야가 마치 하얀 눈이 내린 것처럼 순백의 색으로 물들어 갑니다. 때에 맞춰 영평사 산사에서는 구절초 축제가 열리는데요. 축제 기간동안 산사음악회도 열리고 있지요. 산야에 흐드러진 구절초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행복의 기운으로 가득 차올랐는데 저녁 차가운 밤공기를 뚫고 산사에 울리는 가락에는 표현할 수 없는 벅찬 감동이 느껴집니다.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서 순박한 여인으로 등장한 여주인공이 머리에 꽂았던 꽃은? 바로 구절초입니다. 가을이면 우리 산야에 흐드러지게 청초하게 피어나는 구절초를 ‘머리핀 대신 꽂아도 좋을 사랑’이라고 노래한 이는 시인 박용래 님이고, 그 시를 알지 못해도 저절로 시인이 되는 이는 바로 아이들입니다.
장군산뿐 아니라 영평사까지 가는 길가에 피어있던 코스모스와 구절초의 새벽 마중을 받으며 경내의 맑고 영험한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고 장군산 야트막한 오름을 시작했습니다. 구절초는 가까이 들여다보면 티끌만한 거짓도 없는 아이의 마음을 닮았습니다. 혼자 있으면 새초롬한 소녀 같고 함께 있으면 깔깔거리는 초등학생 아이들을 꼭 닮았습니다. 키 작은 이는 아이 같고 조금 더 키가 큰 이는 시인의 애인처럼 순박한 처녀의 얼굴을 닮았습니다.
구절초는 국화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식물로 구일초, 선모초라고도 불립니다. 보통은 들국화라고 부르는 꽃이죠. 구절초라는 이름은 아홉 번 꺾이는 풀, 또는 음력 9월 9일에 꺾는 꽃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랍니다. 새벽안개와 함께 어우러진 영평사 경내와 그 뒤 장군산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구절초는 저절로 시인이 되게 하였는데 그래서인지 유난히 시인들의 한 소절 노래들이 구절초 꽃의 모습과 겹쳐지기도 합니다.
영평사 뒷 편에 서 있는 장군산의 구절초 산언덕을 내려오면서 어린아이 손양의 눈과 같았을 시인의 꽃을 봅니다. 시인 정숙지 님은 구절초를 영평사 장군산 기슭까지 달이 뜨고 별이 뜨던 밤에 아홉 번을 꺾어져도 다시 아홉 번을 품는 꽃이라 하였지요. 절절한 그리움과 애틋한 마음이 구절초 꽃길을 걸으며 마음에 살포시 내려앉으며 아팠던 마음, 속상했던 마음, 원망의 마음은 저만치 달아나 갑니다.
장군산에 조금씩 오를수록 동은 서서히 터오고 저 멀리 굽이굽이 산봉우리들도 나타나고 고즈넉한 사찰 경내도 한 눈에 들어옵니다.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구절초를 가득 만났건만, 한 편으로는 사람들 밟에 무참히 밟힌 구절초도 볼 수 있었습니다. 짓밟힌 꽃들을 보니 마음 한 구석에 안쓰러움이 번졌어요. 그러나 동시에 쓰러진 산사의 구절초를 조심히 세워주며 ‘밟히지 않게 조심하렴.’ 이라고 당부를 잊지 않는 순한 마음도 만납니다.
순한 마음은 금세 사람의 마음속으로 파도처럼 밀고 들어가는 것일까요? 영평사 경내 동자승의 민망한 엉덩이를 떨어진 구절초 꽃잎으로 가려주고 찻집 앞 세 명의 동자승 머리 위에 구절초 꽃모자를 씌워준 이는 손양이었어요. 순한 마음들이 사람들을 웃게 합니다. 새벽에 영평사의 구절초를 만나고 서너 시간 후 다시 돌아온 경내의 모든 동자승의 머리에 구절초 꽃 모자가 씌워져 있었습니다.
이른 새벽 영평사 구절초에 한껏 취해보고 다른 곳을 둘러 본 후 서너 시간 후 돌아온 경내에는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영평사 구절초 축제 기간 동안에는 국수 점심 공양과 구절초 관련 다양한 체험이 진행됩니다. 손양과는 간장을 보호하고 눈을 맑게 하며 피를 깨끗하게 하여 혈액순환을 도와주는 구절초 차도 시음하고 구절초 가루로 비누도 만들어보았어요.
안도현님은 벌개미취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당신을 ‘무식한 놈’이라 하셨는데, 그 이름이 무엇인들 어떠하리오. 손양이 꽃들의 모양과 향에 취해 구절초에 붙인 이름은 ‘계란프라이 꽃’. 계란프라이 꽃이 주는 위안과 산사의 고요한 기운이 전해주는 평안에 저절로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영평사의 구절초가 마냥 고마울 뿐입니다.
INFORMATION
영평사
주소 : 세종시 장군면 산학리 441번지
전화 : 044-857-1854
구절초 축제
영평사 구절초는 보통 10월 초에 개화의 절정을 이루고,
2013년 9월 28일부터 10월 13일까지 영평사에서 제 14회 구절초 축제가 열렸다.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을 통해 얻게 된 낮고 겸허한 세상 바라보기를 통해 ‘공정한 세상’,’윤리적 여행’ ,‘착한 여행’, ’더불어 행복해지는 삶’ 으로까지 너른 시야를 갖춘 여행자가 되어간다. 그 이야기는 블러그, 잡지, 그리고 책을 통해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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