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서울을 만끽하자, 북한산 백운대 등반하기
서울의 가을 하늘은 푸르고 높다. 이맘때가 되면 숨어 지내던 '등산욕'이 가슴속 깊은 곳에서 스멀스멀 올라온다. 더위와 추위를 모두 잘 타는 나에게 10월은 몸이 가장 바빠야 하는 시기이다. 그러지 않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테니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산이 좋아, 바다가 좋아?'라고 물으면 조금도 지체 없이 '바다'라고 대답하는 나였지만 어느새 부턴가 '둘 다 좋아.'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만큼 산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에펠탑 효과'라는 것이 있다. 에펠탑이 처음 세워졌을 때, 파리 시민들이 흉물스러운 철골물을 도심 한복판에다 갖다 놓았다며 노발대발했다고 한다. 그런데 계속해서 보다 보니 예쁜 것 같기도 하고.. 그 우직함에 마음이 기울어 점점 정을 주게 되었고, 지금은 에펠탑이 세계적인 명소로써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산을 그저 '올라야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던 내가 산을 사랑하시는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걷고 또 걷다 보니 지금은 산이 주는 아름다움과 맑은 공기가 좋아졌다.
휴가를 맞아 서울에 올라오신 아버지와 함께 북한산 등산을 하기로 했다. 북한산을 등산하는 코스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시간과 거리를 고려하여 가장 적당한 코스 중에 하나인 백운대 코스(약 3km, 왕복 3시간)로 정했다. 120번 버스를 타고 우이동 종점에서 내려서 바로 보이는 길로 올라가다 보면 백운대 탐방지원센터가 곧바로 나온다. 지하철로 가는 경우에 수유역 3번 출구에서 내려서 120번 버스를 타면 된다. 종점에서 내리면 가격이 저렴한 식당들이 즐비해 있기 때문에 배를 채우고 올라가는 것을 추천한다. 자가용을 이용하는 경우 북한산사무소 우이 분소와 우이천을 지나서 우이동 입구 기점에 위치한 큰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이렇게 큰 산을 갈 때에 정확히 약도를 보고 가지 않아도 되는 이유는 수많은 등산객들 때문이 아닐까. 한국 사람들 만큼 등산을 좋아하고 즐기는 민족도 없지 않나 싶다. 최근 몇 년 전부터 보게 된 신기한 광경 중 하나는 산을 오르는 외국인들이다. 한국에서의 등산은 외국인들에게도 멋진 어트랙션으로 자리 잡고 있다.
며칠 전, 영어 토론 시간에 "Aging is golden."이라는 의제로 토론을 한 적 있었는데, 나는 속으로 '당연히 늙는 것보다 젊은 게 좋지, 말이라고 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어떤 학생이 "산에 가서 등산을 하고 있는 많은 중년 분들을 보라. 그들을 보고 과연 사람이 늙을수록 체력적으로 허약해진다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말을 하는 것을 듣고 흠칫 놀랐다. 나도 산을 아주 가끔 오르는 편이긴 하지만, 거의 8~90%의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 아버지 나이대의 어른분들이 씩씩하게 등산하시는 모습을 보면 감탄한다. 그러니까 건강이라는 것은 나이의 젊음이 주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젊음이 주는 것이다.
약 한 시간 정도를 열심히 오르다 보면 쉬어갈 수 있는 매점과 화장실이 나온다. 그곳에서 조금 출출한 배를 채울 수 있다. (잔치국수 4,000원. 컵라면 3,000원. 캔맥주 5,000원.) 북한산의 진짜 묘미는 그 이후로부터 시작이다. 아찔한 돌을 걸어 올라가는 등산객들의 모습을 보면 현기증이 날 만큼 잔뜩 겁이 난다.
나는 겁이 많다. 그래서 정상에 오르려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을 보며 이해가 되지 않았고, 그냥 내려갈까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참 이상했다. 나는 한 시간을 힘들게 올라왔고, 중간에 내려가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그 돌산을 보면서 내가 이제껏 올라온 것이 아까워서라도 정상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포기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백운대 정상에 오르면 바로 맞은편에 인수봉이 보이는데, 백운대보다 훨씬 가파르고 위험하기 때문에 암벽등반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면 올라갈 수 없다. 인수봉을 뒤로해서 있는 산은 도봉산이며, 도봉산 옆으로 수락산까지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북한산에서 내려다 본 서울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누가 남산이 서울의 전망을 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라고 했는가? 진정한 전망대는 바로 내가 올라서있던 북한산의 정상, 백운대였다. 백운대는 강북뿐만 아니라 한강을 지나있는 강남까지, 서울의 반을 한눈에 보여준다.
남산에서 보는 서울보다 북한산에서 보는 서울이 더 아름다운 이유?
답은 바로 '보람'이다. 그리고 그것이 사람들로 하여금 또 산을 오르게 하는 이유다. 나는 산을 힘겹게 오를 때마다 항상 후회를 곱씹는다. 숨이 차서 그대로 주저앉아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다. 하지만 산 정상을 오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보람'과 자연이 선물해준 웅장함, 맑음은 또 나를 산으로, 숲으로 이끈다. 그래서 참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 없는, 오묘한 매력을 지닌 것이 바로 산이다.
▲ 카메라 렌즈를 들이대니 포즈를 한 껏 취한 외국인.
북한산 등산을 시작하기 전, 꼭 준비해야 하는 것은 등산화이다. 돌산은 꽤나 미끄럽기 때문에 등산화를 제대로 갖추어야 안전하게 등산할 수 있다. 산을 오르기 전에 반드시 물을 충분히 준비하고, 초콜릿이나 김밥과 같이 먹거리를 챙겨서 오랜 등반에 몸이 지치지 않게 대비하는 것이 좋다. 북한산에 오르는 동안에는 약수터나 물을 마실 수 있는 곳을 따로 발견하진 못 했다. (매점에서 생수를 팔지만 가격이 다소 비싼 편이니 준비해 가는 것을 추천한다.) 등산 정보에서는 3km가 1시간 30분으로 잡혀 있으나 실제로는 이론상으로 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오전 시간에 출발하여 시간적인 여유를 버는 것이 좋으니 참고 할 것.
INFORMATION
북한산 국립공원
주소 :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북한동 산1-1
전화번호 : 02-909-0497
홈페이지 : bukhan.knps.or.kr
한국외국어대학교 태국어과 전공, 영어학과 이중전공. 글이 주는 감동과 여행이 주는 가르침을 사랑하는 청춘. http://blog.naver.com/pos98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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