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의 마음으로, 왓푸(Vat Phou)사원
담차 | 2019-11-14 10:30:00

라오스 남부 팍세(Pakse)는 느린 곳이다.

상인들과 거리를 지나다니는 이들, 주황색 승복 차림의 스님과 개와 고양이까지 모두 천천히, 천천히를 말하는 모습이다. 우연히 마주친 이방인에게 옅은 미소를 지어주는 모습과 미소를 거두는 것도 느리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어디를 가나 불상이 있다는 점과 그 곁에도 간절히 기도하는 이들이 있다는 점이다. 그 모습은 종교를 떠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다. 오늘 소개할 곳 또한 그렇다. 신에 대한 간절한 마음을 담아 정성스러운 손길이 닿았을 곳, 왓푸 사원으로 가보자.


왓푸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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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푸 박물관과 사원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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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푸 박물관 내부

왓푸(Vat Phou) 사원은 메콩강에서 8km 떨어진 푸카오산에 지어진 사원이다. ‘왓푸라는 단어를 풀어보자면 는 산, ‘은 절이라는 뜻으로 '산에 있는 절'을 의미한다. 그 말처럼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다. 우선 사원에 바로 가기 전 박물관에 들러본다. 라오스의 지리적 특성과 사원을 관람하기 전 눈여겨봐야 할 것들을 전시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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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힌두교에서 숭배하는 남근상인 링가(lin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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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링가가 죽 이어져 있는 모습

이곳은 4세기 혹은 5세기부터 15세기에 걸쳐 주로 크메르 제국이 지배하던 시기에 발전했다. 이곳은 산꼭대기부터 강변까지를 축으로 삼아 약 10에 걸쳐 사원, 사당, 수도 시설을 배치했다. 2001년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사원 입구에 놓여있는 링가가 창조와 탄생, 시바 신의 생명력을 의미하는 것처럼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힌두교의 관점에서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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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을 씻었던 연못

링가를 따라 죽 걸으면 양쪽으로 연못이 보이고 연못 앞에는 사원이 있다. 대칭으로 맞이하고 있는 사원은 성별에 따라 달리 입장해야 한다. 힌두교에서는 기도하기 전에 몸을 씻어 모든 걸 씻어내야 하므로 연못에서 정성스레 몸을 씻었다고 한다. 이 사원이 얼마나 성스러운 곳이었으며 엄숙한 몸과 마음으로 기도해야 했던 곳인지를 엿볼 수 있다.


앙코르와트 이전에 지어진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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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칭을 이루는 사원

왓푸사원은 5세기 무렵에 목조건물로 건축되었다가 9세기경 화재로 타버린 뒤 그 터에 사암을 이용하여 가파른 층계 모양으로 재건축하였다. 17세기에는 큰 지진으로 상당한 피해를 보아 지금의 사원은 일부 흔적만 남아 있으며, 여러 나라가 참여하여 복원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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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메르인의 건축양식

앞서 말했듯 왓푸 사원의 모든 건축 양식은 크메르인들의 건축양식과 같다. 크메르는 캄보디아의 원류를 이룬 나라로, 캄보디아의 옛 명칭이다. 때문에 왓푸 사원이 '미니 앙코르 와트'로 불리기도 하지만 앙코르 와트 건축 이전에 지어졌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신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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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 입구부터 하얗게 빛나는 독참파 나무가 있는 곳까지 걸어야만 시바(Shiva) 신을 모셔놓았다는 신전까지 갈 수 있다. 꽤 멀고 고된 길이지만 너무나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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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의 세계로 오르는 길

독참파 나무가 있는 곳까지 가기 위해선 계단을 올라야 한다. 계단은 모두 77개로 폭이 좁고 가파르게 만들어져 있는데 신을 맞이하는 천상의 세계에 오기 전 허리를 꼿꼿이 세우지 말고 네 발로 걸어 낮은 자세로 오게끔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신의 세계로 이르는 길을 쉽게 가지 못하게 만들어 놨다는 점이 인상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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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단을 오르고 나니 보이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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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으면서 떨어진 독참파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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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도하는 이

신전에 오르기 전 세워져 있는 불상. 부처의 얼굴은 아니지만, 이곳에서도 간절히 기도하는 이들이 많다. 꽃을 앞에 두고 향을 피워 소원과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냈을 이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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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보이는 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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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전 밖에서 보이는 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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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오인이 가져다 놓은 부처상

15세기에 시암족이 불교를 전파하면서 소승불교의 일종인 테라바다 불교로 개종하였기 때문에 신전 안에는 시바 신 대신 부처상이 있다. 이 불상은 라오인이 크메르왕조가 물러난 뒤에 가져다 놓은 것이다.

크메르인들은 그들의 고향인 이곳을 떠난 뒤에도 해마다 순례를 왔다고 한다. 힌두교와 불교가 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아름답지만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이곳을 지키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찾았을 모습이 경건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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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수가 흐른다고 믿는 동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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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뱀 두마리가 얽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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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어가 새겨진 모습

신전 양쪽에도 눈여겨볼 것들이 있다. 동굴 안에서 떨어지는 물은 성수라 여겨 이곳 사람들은 그 물을 마시고 씻는다고 한다. 바로 옆엔 기도를 드리는 곳이 있다. 뱀과 악어가 새겨진 바위는 그 당시 행해졌던 제사의 형태를 보여준다.


순례자의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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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례자의 마음으로

광활한 자연의 모습과 시간을 거슬러 우리를 맞이하는 왓푸 사원은 감탄을 자아낸다. 그러나 이곳이 기억되고 보존되어야 하는 이유는 낮은 자세로 기도하는 이들의 간절한 마음일 것이다. 이곳을 떠난 뒤에도 해마다 순례를 왔던 크메르인들처럼 왓푸 사원에서는 순례자의 마음으로 모든 것을 천천히 눈에 담아보자. 어느덧 당신도 그들의 발걸음을 따라 기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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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차
담차

매일 무언가를 쓰는 사람 담차입니다. 책, 차, 고양이와 여행을 좋아합니다. 제주도 한 달 살기를 한 뒤 <겨우 한 달일 뿐이지만>을 펴냈습니다. 작지만 소중한 것들에 귀 기울이며 글을 쓰고 기록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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