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 가득 피어있는 외딴 섬, 거제의 지심도
역마살찐년 | 2020-04-14 01:3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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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은 섬 여행을 상상해봤을 것이다. 그 섬은 어쩌면 무인도이거나, 영화에서 봤을 법한 낙원일 수도 있으며, 고립의 두려움을 겪어야만 하는 척박한 섬일지도 모른다. 어떠한 상상이라도, 그 사이에서는 조금씩 로망이 피어나기 마련이다. 여기 어쩌면 당신의 ‘섬 여행 로망’을 이루어줄 봄의 지심도가 있다.



지심도 가기 전, 준비할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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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지심도로 가려면 우선 거제에 도착해야 한다. 첫 번째 준비는 거제행 버스 예약이다. 거제행 버스는 남부터미널에서 탈 수 있다. 시내인 고현터미널과 바닷가의 장승포 터미널 두 곳의 목적지 중 장승포행 버스를 예매해 두자. 두 번째 준비는 지심도로 가는 배편을 예약하는 것. 현장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나, 성수기에는 표를 구하기가 힘들 수 있으므로 미리 사 두는 것을 추천한다. 포털에 지심도라고 검색하면 예약 사이트를 찾을 수 있다. 세 번째 준비로는 지심도 오디오 가이드 앱을 휴대폰에 다운받아 놓는 것이다. 지심도 여행을 한껏 감성적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필자가 서울에 거주하고 있어 서울 중심으로 소개한 점을 양해 부탁드린다.



지심도행 배를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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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섬, 거제도에는 유난히 선착장이 많다. 주변의 수많은 섬들로 들어가는 배들이 다양한 선착장에서 출발한다. 가장 유명한 외도로 들어가는 유람선사만 무려 여섯 개일 정도.


하지만 우리는 작고 조용한 섬 지심도를 찾아가는 길이므로, 고민 없이 하나뿐인 지심도 터미널로 가면 된다. 아침 8시 30분에 첫 배가 뜨며, 마지막 배는 16시 30분이다. 지심도에서 나오는  마지막 배를 놓치게 될 경우 섬 안에서 숙박해야 하니 시간표만큼은 철저하게 확인하고 들어가자. 참, 전국 어디서나 그렇듯 배를 탈 때는 신분증을 꼭 지참해야 한다.



지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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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내려다본 모양이 마음 심(心) 자를 닮아 붙었다는 이름, 지심도. 일제시대에는 일본 해군기지로 사용되다가 해방 후 군 소유가 되었던 쓸쓸한 역사가 있는 섬이다.

2016년에야 거제도 소유의 섬이 되었다. 장승포에서 배로 15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데, 섬 전체에 오래된 나무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어 멀리서 볼 때는 꼭 바다에 떠 있는 숲처럼 보인다.



동백나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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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전체를 빽빽하게 뒤덮은 나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누가 뭐래도 동백이다. 추운 곳에서는 자라지 않는 탓에 북쪽에서는 만날 수 없는 귀한 꽃나무다.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동백은 충남 서천군 마량리에서 피어나며,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많은 곳에서 자생하고 있다.


특히 거제는 시화가 동백이기도 한 만큼 흔히 만날 수 있어, 동백을 보기 어려운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여행의 기쁨이 된다. 짙은 녹색의 잎사귀는 광택이 돌아 반질거리고, 나무 표면은 매끄럽다. 그 위에 새빨갛고 큼직한 꽃이 피어나는 것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다.



오디오 가이드와 함께 산책하는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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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포에서 출발한 배가 지심도의 작은 선착장에 닿을 때부터 지심도 여행이 시작된다. 미리 준비해왔던 지심도 가이드 어플을 켤 때다. 블루투스까지 활성화시키면, 차분한 목소리와 잔잔한 음악으로 지심도 안내를 받을 수 있다. 길을 잃지 않고 둘러볼 수 있게 가는 길까지 상세하게 안내해 준다. 무엇보다, 자연 그대로의 지심도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즐길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한 말씨가 인상 깊다.



일제 강점기의 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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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관광객들이 드나드는 평화로운 섬이지만, 미리 알고 가는 사람들에게는 지심도 곳곳에 남은 역사의 흉터가 보인다. 지심도에 가장 먼저 닿는 선착장부터 현재 민박으로 이용되고 있는 건물까지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것이다. 누가 봐도 전쟁의 흔적인 방향지시석과 서치라이트보관소, 욱일기 게양대를 만나면 문득 오스스 소름이 돋아난다.



지심도에 머물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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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당일치기로 지심도를 여행한다. 그도 그럴 것이, 걸음이 빠른 사람이라면 1시간 30분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는 작은 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과 여행비가 넉넉하다면, 1박 2일의 여행을 추천하고 싶다. 외딴섬이다 보니 몇 가지 단점이 있는데 그 단점들이 장점으로 바뀌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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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기 쉬울 정도로 식당이 몇 없다는 단점은, 덕분에 식당 사장님과 안면을 트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장점으로 바뀐다. (신선하고 다양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는 것 또한 엄청난 장점이다.) 오래된 민박에서 묵는 경험은 완전히 편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충분히 이색적이다. 고요한 밤 산책을 즐기려면 손전등이 필요하지만 가로등이 없는 덕분에 밤하늘에 가득한 별을 볼 수 있다. 



지심도를 떠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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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의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아직도 지심도에서 만난 풍경들이 잊히지 않는다. 길 양쪽의 나무가 양 끝가지를 맞대 만들어진 ‘동백 터널’, ‘마끝’에서 만난 탁 트인 남해의 풍경,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가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길고양이들, 아무도 만날 수 없었던 한적한 산책로에 한없이 빛나던 밤하늘까지. 누구나 한 번쯤은 ‘그 섬에 가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을 것이다. 봄의 지심도는 그런 여행자들의 로망을 이뤄주는 작은 천국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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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마살찐년

국내여행가이드로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여행을 '일'로 시작한지 어느덧 12년, 어느새 역마살이 붙다 못해 쪄 버렸습니다. 슬슬 세계여행에 눈을 뜨고 여러 곳을 다니고 있는 여행 초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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