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족이 만든 아름다운 역작, 캐나다 빅토리아 부차트 가든
홍대고양이 | 2020-01-15 00: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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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한번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아 평생 나의 최고 영화 리스트에 올려 둔 영화가 있다. <나무를 심는 사람(The Man Who planted Trees)>이다. 노인 혼자 황야에 묵묵히 나무를 심는다. 고운 선묘를 따라 씨앗이 싹트고 나무가 자라고 이내 장대한 숲이 된다. 이런 영화 같은 곳이 현실에 있다. 캐나다 BC 주, 부차트 가든이다. 가을이면 단풍빛으로 더 고운 곳이다.


* 빅토리아 명소 - 빅토리아 다운타운에서 부차트 가든 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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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는 캐나다 빅토리아에 있는 부차트 가든(The Butchart Gardens)이다. 구글맵에는 '더 버차트 가든스'라고도 나온다. 뚜벅이도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다. 먼저 캐나다 BC 주에서 빅토리아로 가야 한다. BC 주 Vancouver (Tsawwassen) Ferry Terminal에서 빅토리아 스와츠베이 페리 선착장(Swartz Bay Ferry Terminal)으로 가야 한다. 1시간 간격으로 페리가 운행한다. 바다를 짧게 가로지르는 기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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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스와츠베이 페리 선착장에 도착하면 바로 앞 정류장에서 부차트 가든 앞까지 한 번에 가는 81번 버스가 있다. 대략 1시간에 1대 정도 배차하며 총 1시간 정도 걸린다. 부차트 가든에서 나올 때는 역으로 움직이면 된다. 관람 전 미리 가든 내 정류장에서 버스 시간을 확인하고 관람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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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부차트 가든. 1백여 년 넘게 가다듬은 정원으로 들어간다. 짧은 숲길을 잠깐 걷고 마주한 입구는 이미 가을빛으로 깊게 물들어 있었다. 마침 서늘한 기운 머금은 가을비에 젖어 생기 어리운 짙은 숲 향기가 온몸을 감싸며 밀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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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찾아갈 때 홈페이지에서 월/계절별로 입장 시간과 입장료 가격을 체크할 필요가 있다. 꽃 피어오르는 모습 따라 시기별로 입장료와 개장시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부차트 가든의 가장 눈부신 시절은 6-9월이다. 여름과 크리스마스 시즌엔 야간 조명으로 밤 9-10시까지 문 열고 다른 계절엔 오후 3:30-6시 사이 일몰시간에 맞춰 문 닫는다.


* 빅토리아 명소 - 부차트 가든, 인간의 역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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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서면 먼저 커피숍, 기념품 숍 등이 정원과 숲의 일부처럼 고운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다. 바로 여기서 2004년 캐나다 국가 역사유적지로 지정된 부차트 가든이 시작된다. 50여 명의 정원사들이 세심하게 가다듬는 정원은 찬탄을 불러일으킨다. 찬탄의 시작은 소박했다. 1908년 제니 부차트가 시멘트 채굴사업을 하던 남편의 살풍경한 석회암 채석장을 작은 정원으로 가꾸면서 부차트 가든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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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 부차트는 선큰 가든 동쪽을 정원화하기 위해 F.J.Cole의 풍경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는다. 그 밖에도 여러 조력자와 함께 정원을 넓혀간다. 여기에 남편 부차트는 자신의 시멘트 공장 직원들의 힘을 더한다. 함께 하였기에 지금 정원이 만들어진 것이다. 뜻을 이루어갈 때 뜻을 지지하는 반려인, 힘을 더해주는 동반자가 있으면 쉽게 포기하지 않게 된다. 한걸음 더, 더디어도 쉬어가도 멈춤 없이 나아가는 함께라는 힘을 여기서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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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부차트의 사업지였던, 1860년대 석회암 채석장을 전혀 떠올릴 수 없는 모습이 되기까지 부차트 내외와 그 가족 모두가 힘을 쏟는다. 특히 부부의 뜻을 자녀들이 이었다. 그들의 손자 이안 로스(Ian Ross)가 동료들과 또 하나의 아름다움을 빚어낸다.

로스 분수다. 부차트 가든 60주년이었던 1964년부터 로스가 만든 이 분수가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 올리기 시작했다.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일렁이는 분수를 가만히 보다가 눈 돌리면 꽃, 초록이다. 생명이 넘실대는 곳이다.


* 빅토리아 명소 - 부차트 가든,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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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장미 몇 그루를 심으면서 시작한 정원은 이제 매년 백만 명이 찾는 감동적인 정원이 되었다. 총 면적이 50에이커에 달하는 규모이며 현재 캐나다 국립 사적지로 지정되어 있다. 듣던 대로 규모가 대단하다. 그 규모는 아름다움의 규모를 말한다. 5개 정원이 드넓게 펼쳐진다. 선큰 가든, 장미 정원, 일본 정원, 이탈리안 정원, 그리고 지중해 정원이 있다. 백만 그루가 넘는 초목이 시절마다 끝없이 연이어 꽃망울을 터뜨린다.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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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 정원의 명소는 선큰 가든(Sunken Garden)이다. 부차트 가든의 심장이다. 주변 높이보다 낮게 위치하면서 외부와 통하는 장소에 설치한 정원을 선큰 가든이라고 부른다. '선큰'은 '가라앉다(sink)'에서 비롯된 말로, 여기 선큰 가든 역시 실제로 살짝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아늑한 아래 정원이 위치한다.

굼실굼실 휘돌아가는 도보 길 사이 초목이 싱싱하게 자라고 있는 정원이 눈부시다. 언덕과 언덕 사이 양손을 모아 쥔 듯한 공간에 붉고 노란 꽃들과 초록과 진초록 나무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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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여 년 전, 1910년 제니 부차트는 시멘트 공장 전경을 가리기 위해 여기 선큰 가든에 양버들을 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꽃과 나무를 심고 가꾸기를 10여 년, 1921년 이 선큰 가든을 완성한다. 하나하나 손으로 흙을 북돋고 가지치고 잎을 정리하면서 만든 노고가 대지에 뿌리 깊게 자리함은 물론이다.

그녀는 대지의 어머니 품에 초록을 가득 안겼다. 초록 속을 걷는다. 백 년의 손길이 스민 곳곳. 멈추고, 잠시 눈을 감고 숨을 들이 마시고는- 영롱하게 반짝이는 물기 어린 열매와 빛나는 잎새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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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 가든(Rose Garden)도 참으로 곱다. 꽃 중의 꽃은 장미 아니던가. 꽃이 만발한 길을 걷는다. 정말 어딜 걸어도 꽃길 걷는다. 누구라도 사랑에 빠질 듯한 곳. 장미  정원이라하여 장미만 있는 건 아니다. 붉고 노란 장미 너머로 또 다른 꽃들이 시절을 찬미하며 피어오르고 있다.

인간이 만든 언어로 인간이 만든 정원의 아름다움을 차마 모두 옮겨 적지 못한다. 모국어 중에서도 보석 같은 단어들을 세심하게 고르고 골라 문장을 만들다가는 이내 접는다. 그저, 바라보고- 한 번 더 푸른 숨을 내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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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브루클린 미술관 옆에도 일본 정원이 있었는데 여기에도 일본 정원(Japanese Garden)이 있다. 이네들에게 이국적, 동양적 분위기를 느끼고자 하는 마음을 충족시켜주나 보다. 이끼가 자라는 등, 붉은 난간의 다리, 물 떨어지는 대나무 수통, 수수한 나무 정자는 물론, 정원은 정원이되 초목이 아닌 모래와 돌로- 정지된 듯 영원한 일본식 정원도 있다. 지긋하게 바라보곤 담담히 발 재겨 걷는다. 일본 특유 지천회유식 정원은 아니나 그 특색 오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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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안 정원(Italian Garden)도 있다. 남편 부차트가 12개 포인트가 있게 만들었던 수영장, 지금은 연못이 되었다. 스타 폰드(Star Pond), 8각의 푸르름이 일렁인다. 스타 폰드를 지나면 이탈리안 정원이다. 풍경화 같은 클로드 로랭 식 정원이라기 보다 베르사유 식 정교히 손질된 정원이다. 이 정원- 1백여 년 전 영화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길. 이어지는 발걸음 너머는 순간순간 액자에 걸고 싶은 정경이 천천히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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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도 부차트 가든 곳곳엔 잠시 멈출 곳들이 있다. 로즈 카러셀(Rose carousel)이다. 장미 회전목마 정도 부르면 될까. 들어가 보면 무성영화 한 장면에 빙글빙글 돌아갈 듯한 회전목마가 있다. 수작업으로 만든 목마 30마리가 기다리고 있는 곳이다.

콘서트를 위한 야외 공연장(Concert lawn & Stage)도 있다. 시절에 따라 공연이 열린다. 여름에는 길어진 하루, 밝아진 밤을 따라 공연을 열고 크리스마스 축제 때에도 눈부시게 빛을 내는 곳이다. 불꽃축제장(Fireworks lawn)도 있다. 야간 개장을 할 때는 여기서 화려한 불꽃이 핀다. 융단 같은 잔디밭이 펼쳐지다 옮겨 심을 꽃모종의 모습이 뵈기도 한다. 그 너머로는 캐나다 삼림의 푸름이 끝없이 이어진다. 


* 빅토리아 명소 - 부차트 가든, 고운 시공간에서 고운 기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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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물 안개가 진녹색 나무 뒤로 피어오르고 새빨간 꽃망울이 연두색 잎새 위에 피어오르고. 풍경은 움직이는 그림처럼 숨을 쉰다. 정성 들여 가다듬고 보살핀 정원에 신의 축복처럼 투명한 빗소리가 싱그러운 잎새 위로 나지막이 울린다. 그러니 멈추어 바라보는 일. 이곳에서 하고 싶은 일의 전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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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이란 거닐다 멈추고, 숨 쉬고는 바라보는 일이 전부이자 모두 다. 그렇게 긴 시간 소요하고 카페와 기념품 숍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갖가지 꽃 씨앗이며 꽃그림 그려진 식기류, 기념품들이 만발하여 있다. 하나하나 골라서 꽃 같은 이들에게 쥐여주고 싶은 그런 것들이다. 반나절 족히 시간 보낸 곳, 고운 시공간에서 고운 기억을 만들어 간다.



* 캐나다 빅토리아, 부차트 가든(The Butchart Gardens) 정보

- 주소 : 800 Benvenuto Avenue, Brentwood Bay, BC V8M 1J8, Canada

- 입장료 : 기간별 상이 : 10월 성인 28.5$, 11월 21.95$, 12월 27.95$ 등 매달/계절별 가격 차이 있음

- 운영시간 : 매달/계절별 운영시간 차이 있음(3월 9:00-16:00, 4-5월 9:00-17:00, 6월1일-8월31일 8:45-22:00, 9월1일-9월15일 8:45-21:00, 9월16일-9월30일 9:00-17:00, 10월 9:00-16:00, 11월 9:00-15:30, 12월1일-1월6일 9:00-21:00, 1월7일-2월28일 9:00-15:30)

- http://www.butchartgarde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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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고양이

동아사이언스 과학기자, 웹진과학전문기자, 아트센터 객원기자, 경기여행지식인단으로 활동. 지금 하나투어 겟어바웃의 글짓는 여행자이자 소믈리에로 막걸리 빚는 술사랑 여행자. 손그림, 사진, 글로 여행지의 낭만 정보를 전하는 감성 여행자. http://mahastha.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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