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에드먼턴, 아트 갤러리 오브 앨버타 문화산책 
홍대고양이 | 2020-06-01 09:00:00

에드먼턴, 아트 갤러리 오브 앨버타 - 미래적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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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앨버타주 에드먼턴(Edmonton), 조용한 도시다. 그레이하운드 버스를 타고 에드먼턴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여 걷는 내내 깔끔하고 한적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에드먼턴 중심부로 꼽히는 윈스턴 처칠 광장으로 방향을 잡고 걷다 보면 그 어느 건물보다 독특한 외관을 자랑하는 건물이 있다. 미래에서 불시착한 건물이 아닐까 싶을 만큼 파격적인 형태를 자랑하는 건물. 에드먼턴 가운데 우뚝 서서 앨버타 문화예술을 대표하는 아트 갤러리 오브 앨버타(Art Gallery of Alberta ; AGA)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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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4년에 문 연 이 미술관은 9년 전 새 단장을 하여 다시 문을 열었다. 그래서 세월감 느껴지는 면면 대신 미래적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혁신적인 외관과 내관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이 디자인은 누가 했을까? 미국 LA 건축가 랜달 스타우트(Randall Stout)가 설계한 건물이다. 젊고 현대적인 에드먼턴이라는 도시 성격을 담은 건물 디자인을 지향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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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실용성을 충분히 소화하고 있다. 이 미술관은 여름과 겨울의 극렬한 기온 차이를 소화할 수 있도록 기능적으로 설계했다. 스테인리스 강판의 특성을 살려 세련되면서도 유려한 곡선미가 넘치는 외관을 만들고, 유리창으로 외부의 빛을 내부로 끌어오면서 건물 에너지 효율성을 높였다. 이 모든 것들을 위해 긴 기간 공들여지었다. 10년간 계획, 3년여의 공사를 마치고 2010년 대대적인 재개관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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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 때도 그랬지만 '현대적' '기술적' 소재는 금속, 유리가 대표한다. 그것으로 만든 미술관. 여기 왔다면 옥상으로 올라가 도시를 바라보는 걸 잊지 말자. 미술관 옥상은 스카이라인 높은 도시 정경을 보기에 참 좋다. 캐나다는 겨울 추위가 혹독한 곳이지만 봄의 따사로운, 여름의 눈부심과 가을의 아름다움이 탁월한 도시다. 그 모습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에드먼턴, 아트 갤러리 오브 앨버타 - 현대 작품의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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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갤러리 오브 앨버타는 1950년대 이후 작품을 중심으로 6000여 점의 현대 걸작을 보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캐나다 앨버타 주를 대표하는 미술관인 만큼 현대 앨버타 주 작가 작품을 다수 가지고 있다. 앨런 볼(Allen Ball), 캐서린 버제스(Catherine Burgess) 등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특히 캐나다 추상 회화를 중심으로 하는 현대미술작품 컬렉션을 가지고 있다. 아트 갤러리 오브 앨버타는 회화 외에도 조각품, 설치미술품은 물론, 1977년부터 사진 작품을 중점적으로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퀘백 출신 작가 마들렌 크리에이츠(Marlene Creates), 재닛 카디프(Janet Cardiff) 등의 작가 작품을 포함해 1500점 넘는 근현대 사진 작품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 그 컬렉션을 여기서 직접 둘러본다. 현대미술은 개념적인 성격이 강하고 무엇이 미술이고 예술인지조차 모호한 때가 많다. 게다가 낯선 캐나다 작가라고 하니 생경한 이름과 작품들에 고개를 갸웃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매력 아닐까? 아는 것만 아는 게 아니라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게 이런 낯선 곳에 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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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로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이곳은 어떤 작가의 어떤 미술품에 가치를 두는지, 캐나다 현대미술의 현주소를 알고 싶다면 아트 갤러리 오브 앨버타만 한곳이 없다. 참고로 이러한 미술관 작품 컬렉션은 지역사회 재단과 기금, 기부를 통해 만들어지고 있다. 캐나다의 가장 유명한 여류 작가 에밀리 카(Emily Carr)의 작품을 포함해 100여 작품 이상을 기부한 어니스트 E. 풀 재단(Ernest E. Poole Foundation) 등이 미술관의 성장과 확장에 큰 힘이 되었다. 자본가의 문화예술적 기여는 많은 미술관, 박물관을 비롯하여 작가들에게 필요한 일이구나 싶다.


에드먼턴, 아트 갤러리 오브 앨버타 - 앨버타주 핵심 문화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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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갤러리 오브 앨버타는 역사적 의의와 지역사회 문화예술 거점으로서의 역할이 큰 미술관이다. 앨버타 주에서 가장 오래된 문화기관이라는 위치에 걸맞게 보유하고 있는 큰 규모의 컬렉션을 바탕으로 작품 보존, 전시, 교육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에드먼턴은 물론 앨버타 주 모든 지역을 대상으로 문화 서비스를 제공하며 예술 관련 공공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예술가 후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작가 역량을 키우고 후원도 한다. 작가와 관객 모두를 키우는 미술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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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미술관에서는 대중을 위한 상시 프로그램도 여럿 운영 중이다. 주말마다 무료 ‘건축 팝업 투어(Architecture Pop-up Tours)’를 진행한다. 미술관 건물에 대한 역사와 건축적 특징을 들을 수 있다. 하얀 칠로만 그려진 작품이 어떤 의미일까? 이렇게 작품을 혼자 볼 때 드는 의문에 답답했다면, 매일 미술관 직원이 진행하는 10분 미술 대화 코너 ‘온 더 스폿! 투어!(10-minute art chat; On the Spot! Tours)’ 프로그램에 관심 가져 보자. 팝업 대화 표기가 된 작품은 해당 시간에 도슨트가 설명을 해 준다. 특히 하이라이트 작품들의 의의와 의미를 알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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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갤러리 오브 앨버타는 공공 예술교육의 장으로서 역할은 물론, 다채로운 미술작품 교류의 장이기도 하다. 세계 유수의 미술관과 협업을 통해 다양한 미술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일례로 2010년 새 단장 개관을 하면서 발레리나 그림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 화가 에드가 드가, 스페인 궁정화가로 근대 미술을 이끈 프란시스코 고야 등의 작품은 물론, 인물 사진의 거장 유섭 카시, 설치미술가 재닛 카디프 등의 작품을 함께 선보인 바 있다. 내가 방문했을 땐 이탈리아 바로크 미술작품을 소개하고 있었다.


에드먼턴, 아트 갤러리 오브 앨버타 -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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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작품을 깊이 들여다본다. Barbara Astman의 <엄마의 부엌(mother's kitchen), 1982>이다. 보통 부엌은 '아빠'가 아닌 '엄마' 공간으로 으레 규정한다. 작가 바바라 아스트만은 엄마의 부엌이 가진 고정관념을 거부한다. 엄마의 부엌에 맛있는 음식이며 요리 도구 하나 없다. 부엌이라는 게 벽에 선반 하나 만든 것이 전부다. 작가는 고정관념 상 부엌 같지 않은, 모노륨 몇 장 올린 게 전부인 부엌을 만들어 '엄마의' 수식어를 붙여, 여성주의적이면서 예술가 직업을 가진 (밥 짓기 전문가는 아닌) 엄마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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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말레비치의 작품, 절대주의 대표작 <흰색 위의 흰색>이 떠오르는 그림이다. 작가 Jeffrey Spalding의 작품 <매일의 그림, 하루 당 하나의 비밀 색(Dairy Painting, One Secret Colour Per Day), 1978>이다. 매일 하나의 색을 칠한 작가. 이 작품은 모더니즘 계열의 작품이며 무엇이 진짜 그림(painting)인지 묻는다. 이 작품은 작가 Olitski가 시각적 색면을 그린 작품과 대척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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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Barbara Hepworth의 <6개 형체(Six Forms 2X3), 1968>이다. 보통 조각품이란 바닥이나 대좌 등에 올려 둔다. 받침대는 작품이 아니다. 모더니즘 작품들은 다르다. 놓인 탁자, 대좌, 바닥도 작품이다. 이 작가는 조각품의 구멍이나 도려낸 부분을 작품 전면에 드러내며 작품의 양감을 느끼도록 했던 모더니즘 초기 조각가 중 한 명이다. 예술 작품에 구멍 뚫고 이 덩어리들을 조합하면서 '음의 공간(negative space)'를 강조해 거꾸로 작품이 가진 3차원 공간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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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은 작품들이 줄을 잇는다. 현대 작가, 캐나다 작가 중심 작품들은 "이것은 예술입니까?"라는 질문과 "이것은 어떤 의미입니까?"라는 질문을 멈추지 못하게 만든다. 난감함과 낯섦과 황당함과 아리송함을 연달아 만나는 기분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어디까지 예술인지 묻는다면 '예술'이라 규정된 정의를 깨고 그 범위를 확장하는 작품이니 '신선하고 낯설게 하기'라는 예술작품 본연의 역할은 분명, 하고 있다.


에드먼턴 명소 - 미술관 옆 처칠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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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갤러리 오브 앨버타에 왔다면 광장으로 가는 것도 잊지 말다. 미술관이 있는 에드먼턴 예술지구 중심부, 윈스턴 처칠 광장(Sir Winston Churchill Square; 윈스턴 처칠 경 스퀘어)은 우리가 상상하는, 쾌활하고 명랑한 기운이 가득한 광장 모습 그대로다. 늘 사람들로 활기가 넘친다.

처칠 광장은 기존에 있던 광장, 스퀘어를 에드먼턴 탄생 100주년을 맞아 재단장해 2004년 10월 문 열었다. 광장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다. 쉬고 즐기는 공간인 만큼 도시락 싸와서 간식 먹으며 즐기기 좋은 평화로운 공간이다. 게다가 갖가지 행사가 열리는 곳이기에 여행자가 들리기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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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칠 광장 셀프 투어 정보를 찾아보면 갖가지 처칠 스퀘어의 역사적 조형물을 표시해 두었으니 하나씩 찾는 재미도 있다. 일례로 No5. 윈스턴 처칠 경의 청동상 찾기 등이다. 처칠 경의 동상은 Oscar Neman과 윈스턴 처칠의 딸 Lady Mary Soames이 1989년 만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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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은 민주적 공간이다. 부자도 빈자도 무람없이 찾아들어 시공간을 즐긴다. 빛이 따사롭고 아이들 웃음소리는 맑고 투명하게 울린다. 핫도그 파는 푸드 트럭에서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기고 무대 위 밴드는 흥 돋는 리듬을 끝없이 쏟아 낸다. 유쾌한 휴일 오후의 전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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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분수 앞에 앉는다. 사람들 다 여기 있어서 나머지 도시가 조용했을까. 모두가 유쾌하게 머무는 이곳. 친구, 가족과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시절을 만끽하고, 굳은 생각을 툭 깨뜨려주는 미술작품을 만난다면 더 기억에 남는 하루가 되지 않을까.


[ 캐나다 에드먼턴, 아트 갤러리 오브 앨버타(Art Gallery of Alberta ; AGA) 정보 ]
- 주소 : 2 Sir Winston Churchill Square, Edmonton, Alberta, Canada T5J 2C1
- 전화 : 780.425.5379
- 운영시간 : 11:00-17:00, 목 ~20:00, 월 휴관
- 티켓 가격 : 성인 12.5 CAD, 65세 이상 & 학생 8.5 CAD, 17세 이하 무료
- 건축 팝업 투어(Architecture Pop-up Tours) : 토 일 15:00, 15분 소요(변동 가능) / 무료
- www.youraga.ca / www.edmonton.ca/churchillsqu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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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고양이
홍대고양이

동아사이언스 과학기자, 웹진과학전문기자, 아트센터 객원기자, 경기여행지식인단으로 활동. 지금 하나투어 겟어바웃의 글짓는 여행자이자 소믈리에로 막걸리 빚는 술사랑 여행자. 손그림, 사진, 글로 여행지의 낭만 정보를 전하는 감성 여행자. http://mahastha.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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