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카레일 타고 마추픽추로!
페루에 왔다면 꼭 구경하고 가야 할 마추픽추를 보기 위해 오전 5시에 호텔 로비에 모인 뒤 오얀따이땀보역으로 이동했다. 왜 이렇게 아침부터 서두르는가 했더니 마추픽추의 날씨가 워낙 변화무쌍해서 조금만 일정을 잘못 맞추면 비에 흠뻑 젖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정 시간에 기차를 예약해 둬서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좀 더 서둘렀는데 다행히 제 시각에 도착해서 역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참고로 여권과 기차표가 없으면 입구로 들어갈 수 없으니 여권은 잊지 말고 챙겨야겠다.
잉카라는 단어는 언제 들어도 가슴벅찬 느낌이 든다. 뭔가 잉카제국과 이어지는 단어라서 그런가 잉카레일도 잉카제국이 만들어 놓은 산물 같은 느낌이다.
역에서 표를 확인 후 안으로 들어가면 정시에 맞춰서 출발하려는 기차와 역무원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특이하게 각 객차별로 역무원이 한 명씩 배치되어 승객의 모든 표를 일일이 검사하는데 이때까지도 표를 소중히 잘 간직해야 한다. 그렇게 다른 기차로 연결되지 않은 독립된 기차로 올라가면 비로소 마추픽추로 향하는 여행이 시작된다.
오얀따이땀보 역에서 기차를 타고 1시간 30분을 이동하면 드디어 페루 마추픽추 역에 도착한다. 이동시간 동안 간단한 요깃거리로 커피와 과자가 제공된다. 코카 차를 마시기도 하고 커피를 마시기도 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데 창문 밖으로는 거대한 대자연의 모습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아마존까지 이어지는 성난 황소 같은 우루밤바 강의 물줄기에 넋이 나간다.
1시간 30분을 달려 도착한 마추픽추역. 페루비안의 기상이 느껴지는 동상이 눈에 띈다.
마추픽추 역에 도착했다고 해서 마추픽추를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이곳 역에서 하루 단 두 번의시간대만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마추픽추까지 올라가야 하는데 오전 7시와 오전 10시에 하루 딱 400명의 제한된 인원만 입장할 수 있다. 그래서 놓치지 않게 조심해야 하며 더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우리 일행도 역에서 내리자마자 마추픽추 역 광장을 좀 둘러보다가 버스 타고 움직였다.
버스로 20분, 이제 곧 마추픽추!
마추픽추 역에서 마추픽추 정상까지 올라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왜 이 고대의 도시가 발견된 지 불과 100여 년밖에 안됐는지 느껴질 정도로 깊은 곳에 있었는데 차로도 20분을 더 올라가야 비로소 도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입구에 도착해서 일일이 표를 확인 후 입장을 시작하고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음을 알리는 현판을 뒤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가볍게 트래킹을 시작한다.
마추픽추는 도시 쿠스코에 비해 훨씬 낮은 고도이기 때문에 산세가 험해 보여도 고산병 증상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여행하기는 훨씬 편했는데 덕분에 가벼운 마음으로 관광을 즐길 수 있었다. 곳곳에 사진 잘 나오는 포인트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사진 찍으려 기다리느라 줄이 항상 길었고 나도 이에 빠질세라 줄 서서 사진 찍곤 했다.
마추픽추는 어디에서든 셔터를 누를 수밖에 없는 빼어난 풍경을 가졌다. 나도 쿠스코 시내에서 산 판초와 알파카 인형을 들고 가서 다양한 사진 담아본다.
마추픽추는 오직 석조로만 이루어져 있으며 길과 거주 공간이 확실하게 나뉘어 있어 뭔가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늙은 산을 의미하는 마추픽추와 다르게, 젊은 산을 의미하는 와이나 픽추의 모습.
마추픽추가 이렇게 계단식으로 되어있는 건 농사를 짓기 위해서라고 한다. 한눈에 봐도 각 논의 격차가 엄청 큰데 저기를 오르내리며 농사를 했을 거란 생각이 믿기지 않는다. 발 한번 잘못 내디디면 바로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건데, 잉카 제국의 사람들은 얼마나 강심장이었던 건지..
SNS에서 봤던 사진처럼 라마와 어울려 사진을 남기고 싶었지만, 사람한테 관심이 전혀 없는 라마는 한가로이 풀을 뜯고 앉아 있기만 한다. 그래도 좋다. 이렇게 가까이서라도 라마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좋다.
이곳은 마추픽추보다 높은 와이나픽추로 들어가는 관문, 여기로 가려면 또 다른 표를 구매 해야 하며 입산하기 전에 서약서도 써야지만 올라갈 수 있다고 하는데 그만큼 위험하고 사고도 많이 난다고 한다. 이번에는 올라가 보지 못했지만 다음에는 올라가 보자라는 생각으로 사진으로나마 담아본다.
마추픽추 관광 막바지에는 이렇게 땅 위에 물이 담긴 두 돌을 본다. 각각의 돌이 남녀 한 쌍을 상징하며 크기가 같아 남녀평등을 의미한다고 한다. 마추픽추에는 비가 많이 오기 때문에 이 돌에 물이 항상 고인다고 하는데 밤에 별을 관측하는 용도로 쓰였다고 한다. 현재 마추픽추는 밤에 들어갈 수 없는데, 별 관측 용도로 쓰였다는 말에 밤의 마추픽추는 어떨까 상상해 본다.
마법처럼 내리기 시작한 비
우리는 잉카레일을 타고 다시 오얀따이땀보역으로 가기 전까지 이곳 오얀따이땀보 강 옆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한참 식사 중인데 갑자기 세찬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안 그래도 물살이 강한 곳인데 비가 쏟아지니 더욱더 성난 황소처럼 움직여댄다. 페루 마추픽추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잘 하고 가라는 인사인 걸까. 세찬 물소리에 또 언제 볼 지 모르는 이곳의정취를 눈에 담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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