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 북부 타베우니 섬의 작은 마을로 떠나는 에코투어 
김향리 | 2020-02-08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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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일 미사가 끝난 뒤의 Holly cross church


피지 북부 타베우니 섬의 작은 마을로 떠나는 에코투어
와이리키 카톨릭마을과 비세이세이 전통마을에 가다.

Wairiki Mission Taveuni & Viseisei Fijian Village 



크루즈를 타고 피지 북부의 타베우니섬에 도착한 다음 날이었다. 우리는 이날도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크루즈에서 작은 보트로 갈아타고 타베우니섬에 상륙했다. 다시 창문 없는 미니버스를 타고 얼마나 달렸을까?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작은 마을 와이리키에 도착한 것은 오전 미사가 시작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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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사 받는 아이들

성당 내부는 미사에 참여한 마을 사람들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성당은 1907년에 지은 모습 그대로 내려오며 피지의 카톨릭 문화와 역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성당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타베우니 섬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라고 한다.

우리처럼 피지도 신발을 벗고 들어가 바닥에 앉는 좌식 문화가 있다더니 여기서도 신발은 벗고 들어가야 했다. 성당 바닥에 옹기종이 모여 앉아있는 아이들에게 인사를 하고 살짝 남은 자리에 엉덩이를 깔고 양반 자세를 하자 난생처음 동북아 여자를 보게 된 작은 시골 마을 아이들의 시선은 몽땅 나에게 쏠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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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소가 참 예뻤던 귀여운 아이들

아이들은 내 자리 옆으로 하나 둘 가까이 몰려들 정도로 나에게 관심이 많았다. 동양인인데 유난히 하얀 손발이 신기했던 건지 조금만 친해져도 내 손과 발을 만지고 싶어 했다. 어쩌다 손을 잡았던 어린아이들은 내 손을 꼭 잡고 친구들에게 뽐냈다. 뒤에 계시던 할아버지께서 뒤늦게 설명을 해주셨다. 동북아 아시아 여자를 보는 것이 다들 처음이라 아이들에게는 이국적인 내 외모에 신기해서 그렇게 만지는 거라 하셨다.

순박한 아이들은 서로 질세라 나에게 뭐든 설명을 해주었다. 따스하고 순박한 피지 아이들의 미소와 나를 향한 호감 가득한 장난을 나도 함게 즐기며 힐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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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사 끝나고 만난 오늘의 주인공들

미사가 끝나고 밖으로 나와 성당 사진을 담으려는데 머뭇거리며 수줍게 웃는 소녀들이 나에게 인사를 했다. 그녀들을 사진에 담고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서로 친구인 그녀들은 나중에는 어디선가 갑자기 다른 어린아이들을 우르르 끌고 와 동생들이라며 소개했다.

아이들의 이름만 20명은 들었던 것 같다. 피지에서는 머리는 함부로 쓰다듬지 말라고 들었는데, 얼굴은 괜찮은가 보다. 아이들이 내 볼살과 코 등을 만지며 어찌나 좋아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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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보 요리를 드셔보세요!

피지 북부 타베우니섬을 대표하는 전통마을로 넘어간 시각은 이른 저녁이었다. 이미 한참 전부터 준비하고 있던 피지 전통식 로보의 구수한 향이 진동하니 침이 고였다. 조리 방법을 들으니 맛이 없을 수가 없겠다 싶다.

땅을 깊게 판 뒤 그 안을 돌로 가득 채우고 불을 피워 돌을 한참 달군다. 그 뒤 돌 위에 코코넛 잎으로 감싼 통돼지와 토란, 닭, 카사바 등을 올리고 코코넛으로 꼼꼼하게 다시 감싸고 다시 돌을 더 올려주고 땅을 완전히 덮어준 뒤 2~3시간을 기다리는 요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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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사람들이 다 같이 이용하는 땅속 천연 오븐

한마디로 돌에 달궈서 내놓는 돼지고기 찜이 주인데 그 맛은 속은 야들야들해서 입에 한 입 무는 순간 근신은 다 잊어버릴 정도다. 시간과 정성이 듬뿍 들어가는 만큼 맛도 참 좋았다. 이렇게 바나나 잎으로 싸서인지 기름기는 쪽 빠지고 살살 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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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 마을에서 받는 환영인사

저녁에 찾아간 비세이세이 마을은 타베우니 섬을 대표하는 전통마을이었다. 환영 인사를 받은 뒤 중앙의 마을회관 같은 공간에 신발을 벗고 들어가 방문객들을 위해 나눠주는 카바를 한 잔씩 마시게 된다.

나무의 뿌리를 가루로 내서 이를 음료로 만들어 내놓는데 비로라 불리는 코코넛 껍질로 만든 전통 그릇에 담아 마시게 한다. 우리의 막걸리와 색은 똑같은데 맛은 아주 없다. 건강식이라니 뭔가 건강해지려나 싶은 그런 음료다. 연속으로 마시면 은근 술기운이 올라오는 기분이 든다. 분명 술은 아니라고 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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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입에 마시려면 각오를 해야 하는 전통 음료 카바

카바를 한 입 마시기 전 반드시 정해진 의식을 순서대로 해야 한다. 카바를 받기 전 박수를 두 번 치고, 피지식 인사말 '불라!(bula)'를 외친다. 그 뒤 원샷을 하고 다시 박수를 세 번 치면서 '비나~카!'라 말하면 내 순서가 끝나고 옆자리의 다음 사람에게 넘어간다.

피지의 전통마을에 외지인이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렇게 촌장 앞에서 카바 마시는 의식을 다 마치고 나서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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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라를 외치고 카바를 마시고 비니카를 외친 뒤 유난히도 좋아하는 아이들

맛은 아주 없지만, 의식의 과정은 참 재미있다. 맛없어하면서도 원샷을 완수하고 박수와 함께 비나카를 외치는 외지인에게 다들 기뻐하며 신나는 표정으로 환영을 해준다. 무엇보다 이렇게 카바를 원샷하고 모두에게 환영받으며 나온 뒤로 다들 친구처럼 대해준다. '너를 인정하겠다' 이런 느낌을 받는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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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세이세이 마을의 전통춤

비세이세이 전통마을 투어의 마지막은 함께 즐기는 신나는 전통춤 시간이었다. 반짝거리는 별이 가득 보일 정도로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시작하기에 사진으로 남긴 것은 많지 않다. 처음에는 피지 원주민의 흥겨우면서도 절제감 느껴지는 전통춤을 보여주고 후반이 되면 앉아서 구경하는 사람들을 하나씩 다 일으켜서 모두 함께 막춤 추며 기차놀이를 한다. 원래도 피지 사람들은 흥이 많고, 특히나 카바를 가득 마신 밤이 되면 이렇게 춤을 추며 다 같이 어우러지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피지에서 보냈던 8일간의 시간 중 아직도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이 이 시간들이다. 맛은 참 없었지만, 그들의 엄숙한 의식을 따라 하며 회사에서 회식 때마다 강인한 정신력으로 원샷 했던 그 정신력을 바탕으로 카바를 연거푸 원샷 했더니 촌장님께 인정받고 현지 친구들에게 인정받고 나도 모르게 함께 춤을 추고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했던 날이다. 배로 돌아가기 위해 인사를 하면서 왜 그렇게도 눈물이 나던지. 아마 함께 마셨던 카바의 효과로 이미 나도 마을 사람이 다 되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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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리
김향리

세상을 유랑하고자 했던 8년차 게임개발자, 주말과 연차를 여행에 올인하다 돌연 퇴사하고, 한 매거진에서 에디터가 되면서 덕업일체를 이루고 마음껏 유랑을 시작하였습니다. 쉽게 가는 여행보다는 오지로 더 깊고 더 신비로운 곳으로 찾아가는 것을 보람있어 하고, 현지 친구들과 함께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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