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제주도 갤러리 카페 '필연'
majuroh | 2010-10-16 20:10:43

갤러리 카페 '필연'

작년까지만 해도 산천단에 자리잡고 있던 이색적인 갤러리 카페였는데

어느날 소리 소문 없이 자리를 옮겨서 서운한 마음이 들었던 곳이다.

그러던 어제, 항몽 유적지의 항파두리토성 6km를 천천히 걷고

읍면 순환버스 타러 내려가던 중 2차선 도로에서 낮익은 간판을 발견했다.

필 연

산천단에 있던 그 카페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방향을 틀었다.

은은하던 차의 향이 다시 전해지는 듯 하고,

그 향을 기억하듯 떠올리며 천천히 걸어 올라가 본다.

아니나 다를까, 그때 그 카페가 맞다.

카페 '필연'의 상징인 연꽃이 고운 자태를 드러내고...

딱딱한 벽돌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나무 내음이 나는

운치 있는 카페의 모습에서 정겨움이 물씬 묻어난다.

그리고 갤러리에 들어서니 그 때 그 필연의 쥔장이 보였다.

김미열 님...대학시절 이태리 유학을 다녀온 뒤 제주와 서울에서 아트공방을 꾸리고...

약 20년 간 학생을 지도하다 지금껏 카페를 운영 중인 이색 경력의 소유자다.

'백록다원'이란 녹차공장의 버려진 공간을

이렇게 아름다운 나무집으로 리모델링한 그녀의 솜씨가 놀랍기만 하다.

누구나 갤러리 카페에 와서 작품도 감상하고 차도 무료로 마실 수 있는 공간!

공짜라서 더 좋네...!

아기자기한 소품들도 카페 쥔장의 외모만큼이나 예쁘다...

갤러리 카페 쥔장으로서 김미열 님이 작품집도 냈다.

제목도 카페 이름을 딴 '필연'...

내게도 한권을 주시니 더더욱 감솨!

차를 무료로 마실 수 있는 나무집 외에 작업실로 사용되고 있는 두 개의 나무집이 더 있는데...

손님이지만 쥔장의 허락을 받고 내부를 들여다보니 무척이나 깔끔하다.

지나가다 우연히 들어가 본 것이니 일상 그대로의 모습일텐데도...

참 정갈하니 좋다...!

어느 화창한 가을날...

야외에 앉아 따스한 차 한잔을 나누는 여유로움이란...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지는 풍경이다.

실내에서 차를 마시기에도 분위기가 아늑하니 정말 좋다.

벽난로도 있어서 추운 겨울에 더욱 운치 있을 것 같고...

차 마시는 분위기가 절로 나겠다~

한라향을 일곱 번이나 우려 먹었는데도 그 향이 그대로 살아있다.

차를 몇 잔을 마셨는지... 고고한 차의 향에 취해 술꾼 마주로가 술 생각이 안날 정도다.

올레 17코스에서 가까운 곳이니 한번쯤 들러서 갤러리도 구경하고 공짜로 차 한잔도 마시고....

물론 다원을 겸하기에 필연에서 원가로 차도 구입할 수도 있다.

(다기들도 원가로 구입 가능하니 참고할 것!)

여러모로 차 애호가들에겐 이만한 공간이 없다 싶다.

볼수록 정감 가는 갤러리 카페 '필연'!

위치가 그다지 눈에 띄는 곳이 아닌지라 찾기 힘들 수도 있지만,

갤러리 카페 '필연'에 한 번 들어서면,

그 여유로움과 차의 매력에 중독되고만다.

단, 쥔장 혼자서 운영하기에 간혹 자리를 비울 수도 있다고 한다.

전화를 해보고 찾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

김미열 님 011.694.54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