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시간의 지하철은 언제나 만원입니다.
퍼즐 맞추기 하듯, 조금이라도 틈새가 보일라치면 어느 사이엔가 그 틈으로 사람이 들어차죠. 전 2호선을 타고 집으로 갑니다. 꽉꽉 들어차는 사람들에 밀려 지하철 한쪽 끝에 가 서곤 하죠. 어느 날엔가는 제 앞에 아주머니가 한 명 뒤돌아 계셨는데 그 아주머니 쪽에서 고소한 냄새가 나는 겁니다. 달큼한 냄새. 옥수수였습니다. 역 주변 가판대에서 사셨을 것 같은 옥수수 하나. 아주머니는 연신 그 옥수수를 손으로 훑고 계셨습니다. 그렇게 해서 애기 주먹으로 한 줌만큼 옥수수 알이 모아지면 그걸 단숨에 입 안으로 털어 넣으시고 참 맛있게도 잡수셨습니다.
덩달아 옥수수가 얼마나 먹고 싶었는지요. 그러다가 순간 이곳이 시골집 평상 위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무 그늘 아래 시원한 나무 평상을 펴놓고, 큰 대자로 뻗어 한숨 늘어지게 자는 겁니다. 옆에는 막 쪄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옥수수와 포삭포삭한 감자가 있어도 좋겠고, 시원한 수박이 있어도 좋을 것 같아요. 들쩍지근한 미숫가루에 얼음 동동 띄워 들이키고도 싶고요, 새콤달콤한 포도 한 송이 알알이 따먹어도 참말 좋겠습니다. 얼마쯤 배가 부르면 무얼 할까요? 그때는 기분 좋게 책을 읽는 겁니다. 모로 누워 읽어도 좋고 배 깔고 누워 읽어도 좋습니다. 그득 차오른 배만큼이나 마음도 풍성하게 채워줄 몇 권의 책, 소개해드릴게요. 휴가 때 읽음 딱 좋을 거에요.
빗어 넘긴 머리를 곱게 쪽진 할머니가 당신 무릎에 우릴 누이고
바람 따라 머리칼 어루만지며 들려줄 것 같은 옛 이야기.
그러나 지금 옛 이야기를 들려주실 분들은 바로 이 서양 할아버지입니다.
바로 장 자끄 상뻬(Jean-Jacque Sempe).
그 특유의 그림으로 우리에게도 꽤 익숙한 분이죠. 프랑스 출신의 이 할아버지 그림은 시골 토담집처럼 담백하여 보는 마음에 소소한 즐거움을 일으킵니다. 콧잔등을 간지럼 피는 바람같달까요. 그림도 글도 더없이 간결합니다. 조금의 덧도 보태지 않은 그림을 보면 이상하게도 마음은 풍성하게 차오릅니다. 이 분의 책으로는 ‘얼굴 빨개지는 아이’, ‘속 깊은 이성 친구’, ‘자전거를 못타는 아이’ 등등의 작품이 있고요. 몇 년 전 도서관에서 이 할아버지의 책을 대여할 때만 해도 들고 다니기엔 조금 커다랗지 싶은 크기의 그림책이었는데 요즘에는 가방 속에 쏙 들어갈 수 있게 발간되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60년에 르네 고니시가 글을 쓰고 장 자끄 상뻬가 그림 그린 '꼬마 니콜라'가 영화화되기도 하였죠. 포스터 한 번 보시겠어요?
이번에는 폴 빌리어드의 ‘위그든 씨의 사탕 가게’입니다.
어째 좀 낯이 익을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그가 어렸을 적 이야기를 엮어 쓴 에세이 '위그든 씨의 사탕가게'중 하나의 이야기가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실렸거든요. 제목은 '이해의 선물'. 사탕 가게 아저씨 위그든 씨가 네 살배기 어린 아이한테 어떤 도전을 받습니다. 훗날 그 소년도 어른이 되어 다시금 어린 친구에게서 도전 아닌 도전을 받게 되고요. 무슨 이야기인지 궁금하신가요? 조금 힌트를 드려볼까요? 입 안에 침이 고이도록 달디 단 사탕 한 움큼을 사려면 도대체 얼마나 필요한 걸까요?
이번에는 땀이 삐질삐질 나는 어느 작은 방으로 자리를 옮겨보겠습니다.
작은 방에 팬티 하나만 걸친 네 청춘이 마작을 하고 있습니다.
에어컨 대신 선풍기 하나가 탈탈탈 돌아갈 뿐입니다.
바로 일본 작가 요시다 슈이치의 ‘워터’ 이야기입니다.
흔히 요시다 슈이치는 재미도 있으면서 무엇 하나 빠뜨리지 않는, 대중문학과 순수문학 둘 다 놓치지 않는 작가라고 말합니다. 인간 심리 묘사에 탁월한 작가죠.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에 하나입니다. 한국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어 여러 번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저도 요시다 슈이치의 책을 좋아해서 여러 권 읽었어요. 그중 얇으면서도 어쩐지 그네들의 청춘에 가슴이 두근거리게 만드는 이 책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문득 일본 영화 ‘워터보이즈’가 떠오릅니다. 그 파랗고 파란 수영장 물. 푹푹 찌는 더위 한가운데, 그래서 수영장 물도 미지근해졌지만 여전히 그 속에서 수영 연습을 하는 이 17살 소년들은 곧 있을 수영 시합을 대비해 부지런히 연습을 합니다. 물속에서도 땀이 흘러내릴 정도로 말이죠. 분명 물속에서 수영을 한다는데도 웬일인지 이열치열이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죠? 이 네 청춘은 요즘의뜨거운 하늘처럼 쉼 없이 작열하는 정열을 가졌습니다. 때론 이런 생각도 하죠.
“가끔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쩌면 지금 우리들은, 절경 속을 지나는 줄도 모르고 같이 걷는 동료들과의 대화에 정신이 팔려 있는 여행자들로, 우리가 지금 얼마나 아름다운 경치 속에 둘러싸여 있는지 깨닫지 못하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행이란 건 그 목적지보다 함께 걷는 길동무가 더 중요한 게 아닐까?”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부풀어 오릅니다. 잊고 지냈던 고등학교 시절, 보고 싶은 친구. 문득 어느 것 하나 그립지 않은 게 없습니다. 내 마음에도 소독약 냄새 지독한, 그러나 땀방울이 스며들어 그 수면이 1cm 정도는 높아졌을(왠지 찝찝한가요?) 수영장이 일렁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수영 시합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리고 전,
내일부터 휴가랍니다!!!!
(* 책 표지 그림은 yes24에서 옮겨 왔습니다. )
어느 출판사에서 고전문학을 편집하고 있는, 아직 걸음마 배우고 있는 새내기 편집자입니다. :-) http://blog.naver.com/aswism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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